세비야 8

47. 미슐랭 별이 셋! 세비야 최고 맛집, 'Casa la Viuda'(까사 라 비우다)

드넓은 세비야 대성당과 높디높은 히랄다 탑까지 둘러보고 나니, 정말 미칠듯한 허기가 몰려왔다. 이제는 점심을 먹어야 할 때, 그리고 세비야에서의 마지막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다. 세비야 대성당을 나오는 길, 오렌지 나무가 잔뜩 심어져 있는 정원이 펼쳐져 있다. '오렌지 정원'이라 불리는 이 곳은 이슬람 건축양식에 따라 조성된 중앙정원인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라 한다. 성당 구경을 마친 관광객들이 한 숨 돌리며 쉬기에 딱 좋은 장소가. 나무 그늘 아래서 구글맵을 켜고 'Casa La Viuda'를 입력했다. 그리고 나서 휴식이랄것도 없이 스마트폰이 알려주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까사 라 비우다(Casa la Viuda)', 미망인의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세비야, 아니 아마 스페인에..

46. 세비야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 눈에, 히랄다 탑에 오르다.

넓고 넓은 세비야 대성당 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던 서울에서 온 수더분한 청년은 이내 체력이 떨어졌는지 어러움을 느낀다. 너무 안에만 있어서 그런걸까? 잠깐이라도 나가서 시원한 바깥 바람을 좀 쐬어야겠다. 마침 전망좋은 탑이 하나 있다는 말에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이 곳, 이름이 심상찮다. 뭐가 그리 지랄맞은지 모르겠지만, 이름부터가 지랄다 탑이다. 세비야 대성당에 붙어있는 이 탑은 12세기 말, 이 곳을 지배하고 있던 이슬람 세력에 의해 건축된 곳이다. 약 100여년 간의 공사 끝에 이슬람 사원을 세비야 대성당으로 리모델링을 했는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슬람 사원의 흔적이 바로 이 탑이다. 아, 그리고 한가지 비밀을 알려주자면, 이 탑의 이름은 '지랄다'가 아니라 '히랄다'다. 히랄다 탑! 총 3..

45. '죽어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으리', 콜럼버스의 유언을 지킨 4명의 왕

1492년 10월 12일, 에스파냐를 떠난 지 3개월 만에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사벨 여왕의 후원을 받아 '대항해 시대'를 개척한 탐험가 콜럼버스는 길고 고된 항해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신대륙 발견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넣게도 했지만, 이사벨 여왕이 죽고 난 후에는 재산과 귀족 지위를 모두 빼앗기고 쓸쓸히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공로를 인정해 주지 않았던 에스파냐 정부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을까? 콜럼버스는 눈을 감으며,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노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바티칸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과 함께 유럽의 3대 성당으로 알려진 이곳, 세비야 대성당은 콜럼버스의 시신이 안치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44. 지난 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스페인 광장으로 향하다.

황홀하다던 세비야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담지 못해서였을까? 유난히도 밤잠을 설치고 난 후, 어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세비야의 날씨는 여전히 흐렸지만, 상쾌한 아침 공기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시내 구경도 할 겸,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언제 어디서나 구글맵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는 배낭여행을 어떻게 했나 모르겠다. 그래봐야 스마트폰이 나온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제 세비야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 길에 지나쳤던 것 같은 이 건물은 세비야 투우장이다. 커다란 빨간 천을 펄럭이며 황소와 싸우는 투우는 '정열의 스페인'을 상징하는 스포츠다. 하지만 투우의 본고장인 이곳, 스페인에서조차 지금은 그..

43.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 모든 것이 맘 같지는 않더라! - 메트로폴 파라솔과 스페인 광장에서의 허탈함

여행을 그리 많이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여행했던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나라를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스페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낙천적이고 정열적인 사람들, 깨끗한 환경, 맛있는 음식 등 여행지로서 스페인이 가지는 장점은 무수히 많다. 수많은 장점 중 가장 의외였던 것은 바로 '치안', 스페인에서는 낯선 도시에서조차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늦은 시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골목골목마다 펍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맥주를 마시고 있어서 일 수도 있고, 첫 번째 여행지인 마드리드에서부터 친구들과 늦게까지 몰려다니면서 내성이 생긴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이후로도 늦은 시각에 혼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했지만, 별 탈이 없었고 그 덕에 여행은 더욱 풍성해졌다. ..

42. 세비야 대학에서 버스 터미널을 거쳐 대성당까지, 세비야에 도착하자마자 강행군이 시작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포르투갈에서 모로코를 거쳐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온 뒤로 여행이 부쩍 편해졌던것 같다. 외향적이고 놀기 좋아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성격이나 유난히 입에 잘 맞았던 음식 덕분이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길에서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마드리드에서 1주일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한 달짜리 유심칩을 구매해 두었고, 그 덕에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인터넷에 접속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라스 에스코바스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일단 세비야 대성당으로 가봤다. 이미 폐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내일 오픈 시간이나 확인해 볼 요량이었는데, 뜻밖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약 두 시간 정도 후에 저녁 미사가 있다는 것이다. '가만있자..

41. 다시 유럽으로... 세비야에서 맛 본 '오늘의 메뉴'

모로코에 첫 발은 내딛은지도 어느 덧 일주일이 지났다. 모로코, 그리고 마라케시가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것을 보니 이제는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 순간임이 분명하다. 집 앞 놀이터처럼 익숙한 제마 엘프나 광장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19번 버스를 탔다. 그리고 버스는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마라케시 메나라 공항은 오늘도 여전히 아름답다.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환전소! 모로코 화폐(디르함)는 다른 나라에서 사용할 수 없을 뿐더러 환전소에서 받아주지도 않기 때문에 남은 돈은 반드시 유로화로 환전해야 한다. 공항 환전소 외에는 디르함을 달러나 유로로 바꿔주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율이 정말 개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거라도 건져야지... 환전에 발권까지 마친 후, 공..

01. 24박 25일, 꿈만 같았던 순간들...

내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을 꾸어 내가 된 것인지,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도무지 모르겠나이다. - 구운몽 中 - 꿈만 같았던 25일간의 유럽여행이 끝났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시차 적응 때문이었을까? 열 두어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느낌이다. 기억이 더욱 흐려지기 전에 이번 여행을 기록해 둬야겠다. 이번 여행의 순간 순간에 대해서는 차차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전체 여행을 간단히 요약해볼까 한다. 뭐 그냥 가벼운 예고편이라 생각해 주시길... 먼저 지난 25일 동안 찍었던 나라는 3곳, 바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다. 하지만 여행 대부분의 시간을 스페인에서 보냈고, 지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