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쓰는 일본스토리/Taste in Tokyo

[마루노우치 맛집] 일본의 맨하탄에서 찾은 김밥천국 맛은 어떨까, 돈카츠마루야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2. 7. 17:09

 

 

 

 

마루노우치는 시부야나 신주쿠, 긴자에 비해 그리 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마루노우치는 일본의 주요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여의도, 미국으로 치면 맨하탄의 느낌이랄까? 일본에서도 연봉 좀 받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니 만큼, 고급 제품을 파는 상점도 많고, 음식점도 비싸고 맛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이 가로수를 감싸는 일루미네이션으로도 유명하다. 뭐 아무튼 도쿄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빠뜨리고 가기엔 조금 아쉬운 곳임에 분명하다.

 

카메라를 새로 하나 장만할 생각에 마루노우치에 있는 비꾸 카메라(Bic Camera)를 찾았다. 캐논 G7X와 소니 RX 100M3를 놓고 온갖 번뇌와 갈등을 하는 사이 저녁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루노우치에는 맛집이 참 많다. 하지만 8시가 다 되가는 시간에 혼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칼질을 할 용기가 없었기에, 구글 지도를 켜고 맥도날드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이 비꾸 카메라 바로 맞은편 빌딩에 있는 맥도날드가 나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비꾸 카메라에서 맥도날드까지는 걸어서 2분 거리, 구글지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마루노우치의 한 빌딩 지하 상가로 내려갔다. 상가 내에서 맥도날드를 찾는 도중에 작은 돈까스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다이어트 중이라 빅맥 세트에 대한 간절함만큼이나 죄책감도 가지고 계단을 내려왔는데, 왠지 돈까스를 먹으면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들 것만 같았다.(사실, 돈까스나 빅맥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은 알지만, 왠지 모르게 빅맥 보다는 돈까스가 다이어트에 덜 해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마루야'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저녁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고, 아주 작은 식당이었지만 가게 분위기가 매우 쾌적해 보였기 때문이다.

 

매장입구에서 빈 자리가 있나 빼꼼이 들여다 보다가, 2인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손님 맞은편에 앉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비좁은 가게, 1인 식사 문화가 보편적인 일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광경이다. 길을 가다가 혼자서 식사하고 있는 아름다운 그녀를 보았다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서 그 앞에 앉아볼 것을 추천한다. 물론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맞아볼 수도 있다.

 

 

메뉴판을 빼곡하게 채운 수많은 글자들 중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정식' 한 단어 뿐이다. 대표 메뉴를 앞에 써놓았을 것으로 믿고 맨 앞에 있는 글자를 손으로 가르키며 '오네가이시마스'를 외쳤다.

 

 

주문이 들어가면 주방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뭐 사실, 내가 자리에 앉기 전부터 주방은 매우 바빠 보였다. 손님이 많으니, 주문도 많았겠지... 아무튼 주문을 받은 후, 그 자리에서 돈까스를 튀겨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슬쩍 훔쳐보았던 옆테이블의 메뉴는 매우 튼실해 보였는데, 기대가 커서 그런지 비쥬얼과 양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맨 앞에 적힌 메뉴는 대표 메뉴일 수도 있지만, 그냥 가격이 제일 싼 기본 메뉴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배웠다. 아마 내가 주문한 것은 로스까스 정식이었나 보다.

 

 

보기에는 좀 썰렁해 보여도 맛은 꽤 괜찮았다. 느낌은 경양식 돈까스인데 두툼한 육질을 자랑하는 일본 정통 돈카츠의 맛이랄까? 하긴 도쿄에서는 경양식 돈까스 맛을 내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근데 농담이 아니라, 맛이 진짜 괜찮았다. 배가 고파서일 수도 있겠지만, 즉석에서 튀긴 것이라 바삭하기도 했고, 소스도 매우 맛있었다. 미소 된장국도 여느 일본 음식점에 비해 진한 편이라 입맛에 맞았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밥과 미소 된장국은 무료로 리필이 되는 듯 했다. 앞에 앉은 손님, 옆에 앉은 손님 모두 밥을 한공기씩 더 시키는 것을 보면서, 밥을 한 그릇만 먹는게 괜히 손해인 것 처럼 느껴졌지만... 나는 다이어트 중이다.

 

 

 

 

 

야채를 좀 더 달라고 할까 생각하는 순간 옆 테이블에 한 접시를 가득채운 야채가 도착했다. 야채를 가져다 주신 이모님이 환한 얼굴로 계산서에 무언가를 적는 것을 보면서, 야채 생각을 고이 접어두었다.

 

 

마루노우치의 화려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식당은 아니었지만, 내가 만약 이 근처에서 회사를 다닌다면 자주 찾게 될 것 같은 곳이었다. 맥도날드보다는 당연히 훨씬 낫고, 혼자서 간단히 혹은 친한 친구들과 가볍게 한 끼 식사를 때우기 좋은 장소다.

 

맨하탄 한가운데에 김밥천국이 있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마루노우치 맛집] 맨하탄에서 찾은 김밥천국 맛은 어떨까, 돈카츠마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