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쓰는 일본스토리/Taste in Tokyo

[신오쿠보 맛집] 일본에서 맛 본 두툼한 삼겹살, 돈나리자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2. 5. 07:30

[신오쿠보 맛집] 일본에서 맛보는 두툼한 삼겹살_돈나리자

 

 

지난, 토요일 저녁, KFC의 시간이 찾아왔다. KFC란, 다름아닌 'Korean Food Club' 일본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애들을 데리고 삼겹살을 먹기 위해 신오쿠보로 향했다.

 

 

총 9명의 대식구가 함께하는 자리인지다, 예약은 필수!! 신오쿠보 역서 3분 거리에 위치한 '돈나리자'라는 식당에 미리 자리 예약을 해두었다. 주말 저녁에는 원활한 테이블 회전을 위해 식사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한다고 하니, 참고할 것!

 

 

 

 

신오쿠보는 도쿄 안에 있는 작은 한국이라 할 정도로 한국 상점이 많다. 그야말로 '코리안 타운'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어느 상점을 들어가더라도 K-POP을 들을 수 있다는 것. 화장품, 악세사리, 음식점 심지어 슈퍼에서까지 한국 음악 프로그램을 마구마구 틀어대고 있다.

 

거리를 가득 채운 토토가의 열기를 뒤로 하고, 열심히 내달린 끝에 돈나리자에 도착했다. 돈나리자는 신오쿠보의 수많은 삼겹살 집 중에서도 나름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원래는 감자탕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였는데, 언제부터인지 갑자기 일본에 불어닥친 삼겹살 붐을 틈타 업종을 고기집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막상 메뉴를 보면 '김밥천국'을 방불케할 정도로 수많은 한국음식을 팔고 있다. 삼겹살은 물론, 불고기, 비빔밥, 김치찌개, 김밥, 떡볶이, 냉면 심지어 순대까지... 순간 부페에 들어온 줄 알았음 ㅋㅋ

 

그래도 역시 메인 메뉴는 삼겹살이다. 삼겹살에 대한 취향이 저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두툼한 삽겹살을 즐겨 먹는 편이다.(그치만 대패삼겹살도 주면 잘 먹음) 돈나리자의 삼겹살 두께는 서울의 왠만한 삼겹살 집과 비교해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신오쿠보 삼겹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종업원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회식으로 삼겹살을 먹을 때는 굽기 바빴는데, 이건 뭐.. 고급 한우 서빙 받는 느낌이랄까?

 

그치만, 저런 서비스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삼겹살이 1인분에 1,050엔이다. 대충 만원 정도 하는 셈이니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삼겹살 먹으러 가서 1인분만 먹고 오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예산을 좀 아껴볼까 해서 이번엔 해물 지지미도 시켜봤다. 멀리 벽에 붙은 그림만 보고 시켰는데, 나중에 보니 지지미 한판에 1,500엔이다. 이런 젠장... 정신 차리지 않으면 집에 걸어가야 할 판이다.

 

 

그래도 막상 음식이 나오니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다들 눈이 휘둥그래짐!! '디스 이즈 코리안 피자'라며 설명해줬더니 진짜 다들 피자 가져가듯 한 조각씩 자기들 앞접시로 가져간다.

 

'헤이맨 그거 아니야, 이건 찢어 먹는 거야'를 외쳐봤으나,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내 앞엔 빈접시만 덩그러니 남았다. 난 그냥 불판에 올려져 있던 애꿎은 마늘을 잘근잘근 씹을 뿐,

 

옆자리 앉은 중국 애들이 떡볶이도 먹자고 하길래 시키려 했으나, 떡볶이는 무려 900엔(약 9,000원),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래서 그냥 떡볶이는 나가서 먹자고 달랬다.

 

그래도 밑반찬은 무한 리필 해주시는 '착한 가게' 돈나리자. 다들 얼마나 리필들을 해 드셨는지, 계란말이는 재고가 없단다. 하지만 햄볶음을 대신 가져다 주시는 직원 분들의 센스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햄볶아요'가 네이티브 발음으로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배도 어느정도 차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더라.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부 인테리어가 삼겹살 집 치고는 꽤 아늑한 느낌이었다. 벽에 동양화도 막 그려져 있고, 기둥 여기저기에 그럴듯한 그림도 걸려있고... 예전에 감자탕 집이었을때, 쓰던 가게 이름도 그대로 남아있다.

 

 

 

사실, 돈나리자를 찾았던 지난 토요일은 아시안컵 결승전, '한국-호주'전이 있었던 날이었다. 그래서 내심 중계를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신오쿠보 마케팅의 끝판왕이자 종착역인 K-pop에 밀려버렸다. 2시간 동안 진짜 한국 노래는 원 없이 들은 것 같다. 뭐 그래도 엑소에게 보내는 팬들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벽면을 가득 메운 모습에서 우리 한류의 밝은 미래를 읽을 수 있었긴 개뿔,

 

축구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