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쓰는 일본스토리/Story in Tokyo

고객을 즐겁게 해 줄 물건은 어디에 있을까? 도큐핸즈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1. 27. 07:30

[일본 유통산업 체험기 ②] 고객을 즐겁게 해 줄 물건은 어디에 있을까? 도큐핸즈

 

 

일본에 오기 전부터, 도쿄에 도착하면 꼭 가보고 싶은 매장이 있었습니다. 창조경제와 유통산업을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그 곳! 바로 도큐핸즈입니다.

 

도큐핸즈의 역사는 1976년 8월 당시 시부야 '공원도로'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지금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번화가가 되었지만, 당시 '공원도로'는 메인 스트릿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뒷골목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73년 세이부에서 '파르코(PARCO)라는 패션 브랜드를 '공원도로'에 오픈하면서 이 일대가 젊음과 패션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세이부와 경쟁관계에 있던 '도큐 부동산'이 기존의 호텔 건축계획을 포기하고 450평의 부지에 새롭게 오픈한 트렌드 샵이 바로 지금의 도큐핸즈 시부야 점입니다. 당시 도큐핸즈의 컨셉은 '도큐 부동산에서 산 집에 채워넣을 '풍요로운 생활'을 파는 곳'이었다고 하는데요. 남들과 다른 집을 꾸밀 수 있도록 일본 전역에 퍼져있던 독특한 상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Creative Life Store' 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도큐핸즈에는 창의적인 생활용품이 가득차 있습니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죠. 하지만, '구경한 하고 와야지'하는 마음을 갖고 가더라도 꼭 한두개의 물건을 사게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 찾아간 도큐핸즈 시부야 본점 역시, 신기하고 재미있는 상품들이 7층짜리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도큐핸즈 시부야점은 건물의 구성도 독특했는데요. 건물 중앙(A)을 기준으로 반층 위(B), 반층 아래(C)까지 한 층에 총 3개의 섹션이 있었습니다. 7개 층이니 총 21개의 섹션이 있는 셈이죠.

 

 

각 층별 주요 계절 상품을 소개한 그림인데, 일본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표현해 놓았습니다. 생활 속 인포그래픽이랄까요?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하는 계단에는 칼로리 소모량이 친절하게 적혀져 있습니다. 오늘은 운동삼아 걸어서 올라가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첫번째 상품은 바로 스테이플러입니다. 

평범하게 생긴 스테이플러에 종이를 물린 후, 꾸욱 눌러주기만 하면 끝!!

 

 

별로 신기할 게 없다구요? 댓츠 노노!! 이 스테이플러에는 심이 없어요!! 일반 스테이플러와 달리 철심이 없는 대신, 스테이플러가 종이를 눌러 고정시키는 방식입니다. 어떤 원리인지 잘 이해가 안되시나요? 그래서 도큐핸즈에서는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일본에 와서 산 스테이플러에 맞는 심이 이미 바닥난 상태라 냉큼 하나 집어왔습니다. 제가 산 제품은 A4 용지 기준으로 5장까지 찍을 수 있는데요. 좀 더 많이 찍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나름 만족해하며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보니 건강관련 제품을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평소에도 '제 한 몸 챙기기'에 관심이 워낙 많았는데, 여긴 완전 신세계였습니다. 등 긁는 효자손 부터 각종 자동 안마기기까지 다채로운 제품들이 하나같이 아주 팬시한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건강코너에서 저의 시선을 확! 잡아당긴 녀석은 바로 이 것, 자세교정용 쿠션(?)입니다. 사실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이라 쿠션은 아닌데 마땅히 생각나는 단어가 없네요;;; 그냥 방석이라고 할까요? 암튼, 요로코롬 생긴 녀석입니다.

 

 

어떤 용도인지 알 모르시겠죠?

바닥이나 의자위에 요걸 깔고 앉으면 자연스럽게 허리 자세를 교정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자세교정용 방석은 단순한 디자인도 있고, 네잎클로버(?) 모양도 있었습니다. 원래 보기 좋은 떡이 가격도 비싼 법, 가격은 네잎클로버 디자인이 더 비쌌습니다.

 

 

매장을 둘러보다가 발목을 감싸는 보호대(?) 비슷한 것도 발견했는데, 용도는 분명치 않지만, 엄청 귀엽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마지막 아이디어 상품은 바로.... 두두두두둥!! 종이비행기용 모터입니다.
'종이비행기용 모터' 이름만 들어서는 뭐하는 녀석인지 잘 모르시겠죠? 정성껏 접은 종히비행기에 이 모터를 달면, 비행기를 훠~얼씬 멀리까지 날려줍니다. 이름하여 '세계최초 전기동력 종이비행기, 파워업 2.0'이라는 모델입니다.

 

 

실제 사용하는 모습은 대충 이런 식이에요

 

 

스무살만 어렸어도 냉큼 집어들었을텐데, 이젠 비행기 날리며 좋아하기엔 연로한 나이라 ^^;;;

 

건물 맨 윗층(7층)에는 '핸즈 카페'라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요. 카페 인테리어 역시 뭔가 아기자기하고 독특합니다.

 

 

오늘은 주말이라 여느 카페와 다름없는 분위기지만, 평일에는 둥근 테이블 공간에서 수공예 강좌와 실습이 열리기도 합니다.

 

 

사실 도큐핸즈는 아이디어 상품 전문점으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사실 매장에 있는 제품이 모두 특이하고 신기한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문구류부터 주방용품, 옷, 그리고 애완동물까지 없는게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파는 백화점 같은 곳입니다. 도큐핸즈 전체 매장에서 취급하는 물건이 20~30만개에 달한다고 하니까요. 그야말로 고객이 원한다면 지구 끝에서라도 찾아다가 파는 곳이 바로 도큐핸즈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다 보니, 신기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듬뿍 담긴 상품도 있고, 도매상에서 벌크단위 아니면 구하기 힘든 물건도 있고, 개중에는 정말로 쓸데가 없어 안팔리는 물건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다양한 상품 구성과 물건 하나하나가 가진 나름의 매력을 바탕으로, 도큐핸즈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매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도큐핸즈가 다른 유통기업과 차별화될 수 있는 특징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판매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도큐핸즈는 스스로를 '아마추어 판매자'라고 합니다. 어떤 물건이 잘 팔릴지 모르기 때문에 고객과 자주 대화하면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물건을 잘 팔 자신이 없기 때문에 제품을 들여놓기 전에는 반드시 직접 사용해 본다고 합니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면, 왜 이 제품을 사야하는 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부야 매장 입구에는 서로 다른 2개의 여행용 캐리어를 비교해놓은 차트가 있었는데, 고객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큐핸즈는 매장을 '물건 사는 곳'이 아닌, '상품을 보고 즐기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수많은 아이디어 상품, 스토리가 있는 상품진열을 통해 쇼핑하는 고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신규 거래처를 발굴에도 절대 소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고객들은 전시회에 가듯 물건을 구경하기 위해 도큐핸즈에 가곤 합니다. 딱히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구경하러' 가는 거죠. 하지만 거짓말처럼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꼭 한 두개의 물건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오게 됩니다. 도큐핸즈에 가면 없던 수요도 생기거든요.

 

이제는 도큐핸즈가 우리나라에서도 워낙 유명해졌고, '한국형 도큐핸즈'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큰 건물을 짓고 다양한 상품을 진열해 놓는다고 해서 '한국형 도큐핸즈'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2가지 외에도 도큐핸즈의 성공을 이끈 여러가지 요인들을 면밀히 분석한 후,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운영모델을 발굴해 낸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뻔한 상품이 아닌 펀(FUN)한 상품을 파는 새로운 유통채널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본 포스팅은 자유광장(www.freedomsquare.co.kr)에 기고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