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투어 5

35. 낙타 등 위에서 내려다 본 사하라 사막, 버킷 리스트의 한 줄을 지우다.

눈앞으로 황량한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여기서부터가 사막이라고 가이드가 넌지시 내게 말을 건넨다. 드문드문 푸른 잎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그동안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사막과는 조금 달랐지만, 아무렴 어떨까? 이곳이 바로 사막이라는데, 벌써 몇 달전, 아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으로부터 일 년도 훨씬 더 된 그 때, 모로코 여행을 처음 계획했던 그 순간부터 꿈에 그리던 일이 눈앞에 현실로 벌어지기 직전이다. 사막을 걷는 여행자라니,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순간까지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들 각자 알아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짐을 챙긴 후, 사막을 함께 누빌 낙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하라 사막의 주차장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곳에서는수십 마리의 낙타가 다소곳이 앉아 우리의 간..

34.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베르베르족 마을과 토드라 협곡

아침 일찍 조식을 먹고 또다시 차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는 왠지 어제 봤던 것만 같은 풍경들이 지나간다. 분명히 어제 하루 종일 차로 내달렸는데, 아직도 사하라 사막까지는 한참 남았다고 한다. 약간의 멀미와 피곤함에 어느새 눈이 점점 감긴다. 마라케시에서 시작하는 사막투어는 그야말로 지루함과의 싸움이다.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는 모로코의 풍경, 황톳빛 땅과 푸른 하늘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처음에는 '안 그래도 나무가 없어서 활량한 땅에 건물까지 황토색으로 지어놨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자꾸 보다보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싶다. 나도 모르게 모로코에 정이 들었나보다. 잠깐 쉬어가는 길에 만난 모로코 소년, 곱슬곱슬한 머리에 동그란 얼굴과는 달리 꽤 시크한 매력을 가진 남자아이다. 사진을 찍거나..

33. 사하라 사막은 어디에...? 지루하게 흘러간 사막 투어의 첫 번째 하루

조금은 허무했던 아이트 벤 하두 투어가 모두 끝났다. 짧은 자유시간 동안 각자 흩어져 사진을 찍은 후, 가이드를 따라 마을을 내려왔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몸과 마음이 조금은 지쳐버렸다. 빨리 차로 돌아가 물이나 한 잔 들이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가이드를 따라 차로 돌아가는데, 강 위로 세워진 튼튼한 다리를 건너는 것이 아닌가? 분명 마을로 들어갈 때에는 징검다리를 건너느라 동네 꼬마들에게 팁을 삥 뜯겼는데 말이다. 가이드와 현지 주민들 사이에 은밀한 커넥션이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던 순간에 저 멀리서 후다닥 달려오시는 분은 우리 일행 중 오스트리아에서 오신 할머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할머니를 놓고 떠날까 봐 달려오시는 것 같다. 무릎이 안좋으신지 마을로 향하는 내내 ..

32. 글레디에이터의 배경, 아이트 벤 하두 투어기

내 이름은 막시무스,북부 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태워 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라도... - 영화 글래디에이터 中 - △ 이미지 출처 : http://10-themes.com/425522.html 누군가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 영화 3개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나 홀로 집에, 타이타닉, 그리고 글래디에이터라고 대답할 것이다. 영화의 세세한 장면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 같은 무언가가 오래도록 남아있는 그런 작품들이다. 아마도 2000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아카데미 시상식 12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고대 로마제국을 현실감 넘치게 구현..

31.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까지, 모로코 사막투어의 긴 여정을 시작하다.

새벽 6시 30분, 귓가에 울리는 우렁찬 알람소리와 발가락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까끌한 이불의 감촉이 조금은 낯설었다. 여기가 어디지...? 하는 의아함과 함께, '아! 모로코에서의 하루가 꿈이 아니었구나'하는 깨달음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래, 지금은 모로코를 여행 중이다. 그리고 재빨리 일어나 사막투어를 출발해야 한다. 시간이 넉넉치 않음을 느끼고 서둘러 샤워를 한 후, 짐을 챙겨 리아드를 나섰다.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온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어딘지 모를 공터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사막으로 떠나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그들을 실어나를 자동차들로 제법 북적이고 있었다. 간단하게 이름을 확인한 후, 한 무리의 사내들의 안내에 따라 벤에 몸을 실었다. 투어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