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Economic Focus

코로나19 추경 11.7조원, 과연 충분한 걸까?

비행청년 a.k.a. 제리™ 2020. 3. 26. 10:16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다.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공포에 질렸다. 주식은 떨어지고 환율은 올랐다. 계좌는 박살이 났고, 1년 반만에 블로그에 글을 끄적여본다.

 

그나마 다행인걸까? 미국에서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소식에 엊그제 그러니까 24일 다우지수가 1933년 이후, 87년만에 최대폭(2,112.98p, 11.37%)으로 상승했다. 87년만이라니, 참고로 1933년은 이순재 할아버지가 태어나기 1년 전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 >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가 2조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영국은 120억 파운드의 재정지출에 추가로 200억 파운드를 추가하고 3,300억 파운드의 금융지원까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묻고 더블 정도가 아니라, 묻고 트리플, 그리고 거기에 10배를 더 얹은 셈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11조 7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 이른바 추경은 예상치 못한 이슈로 인해 올 한해 계획된 예산 외에 추가로 정부가 쓸 돈을 정한 것이다. 추경 전에는 업종ㆍ분야별 긴급지원(4조원)과 민생경제 종합대책(16조원)을 발표했고, 최근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총 10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경 설명이 길었는데, 오늘은 정부의 추경 예산 규모가 과연 적절한지 한 번 살펴보려고 한다.

 

이번 추경 예산 11.7조원은 크게 4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방역체계 고도화에 2.1조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에 4.1조원, 민생고용 안정에 3.5조원 지역경제 살리기에 1.2조원 등 종 10.9조원의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다. 나머지 0.8조원은 세입경정이라고 해서, 경기 침체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수입을 보충하는 데 쓰여진다. 

 

<출처>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문제는 이번 추경 예산의 규모가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보인다는 것이다.

 

추경 예산 11.7조원은 작년 우리나라 GDP(1,914조원) 대비 0.6%에 불과하다. 앞서 소개한 미국과 영국의 경기부양책 중, 재정지출 부분만 떼서 비교해보면, 미국은 GDP(21.4조 달러)의 2.3%(0.5조 달러), 영국은 1.5%(GDP 2.1조 파운드, 재정지출 320만파운드)의 재정을 지출할 예정이다. 우리 옆, 일본은 어떨까? 이런 저런 기사를 검색해보니, 일본이 제시한 경기부양책 중 재정 집행액은 30조엔 규모로 2018년 GDP 547조엔의 5.5%에 육박한다. 

 

11.7조원이 적은 돈은 아닌데, 이렇게 비교해보니 초라하기 짝이 없다.

 

조금 오래된 자료긴 하지만, 2010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분석한 국가별 재정지출승수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나라별로 재정을 1만큼 지출했을 때, GDP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국가별로 재정지출승수를 살펴보면, 한국이 0.6, 미국이 1.3, 일본이 0.9, 영국이 0.8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재정지출의 효율성도 다른 나라보다 떨어지는 편인데, 지출규모 자체도 작으니 이번 추경의 효과가 어떨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원래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재정지출승수를 '최소 얼마~최대 얼마', 이런 식의 범위로 표현했는데, 요즘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최소치를 보는게 맞는 것 같아서 최소치를 기준으로 비교해봤다.)

 

<이미지 출처 : https://pixabay.com >

사실, 이번 추경의 규모는 절대 금액이나 GDP대비 비중으로 봤을 때, 2015년 메르스 추경(11.6조원, GDP대비 0.7%)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은 메르스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걱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솔솔 나온다.

 

리먼사태 이후 찾아온 전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2009년에 총 28조 4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당시 GDP(1,154조원) 대비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걸 지금 GDP규모 기준으로 환산하면, 47.9조원이다. 이미 11.7조원의 추경을 편성했으니, 36.2조원의 추경을 추가로 편성해야 당시와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추경이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정부는 추경 외에 20조원의 긴급대책과 10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무척이나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서, 위기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물타러 갈 시간이 되서,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