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디랜드에서 가와이를 외치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할 만한 스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한 번 입은 옷은 다시 입지 않는다는 패리스 힐튼이 꾸준히 애정을 갖고 가지고 다니는 소품에 그려진 '이것'. 독특한 컨셉으로 화제를 끌고 다니는 레이디 가가가 화보까지 찍으며 생일을 축하하기 까지한 '이것'. 에이브릴 라빈이 이름과 특징을 따 노래까지 발표하게 만든 '이것'.
이쯤 되면 이 존재가 무엇인지 감이 오시나요? 그래도 모르시겠다고요?
그렇다면 힌트를 조금 더 드릴까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일본 캐릭터. 하얀 얼굴에 커다란 빨간 리본을 매단 고양이.
이제는 아시겠죠? 일본을 넘어서 세계 여성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존재! 바로 헬로 키티입니다. 이렇게도 귀여운 헬로키티가 지난 11월 1일, 벌써 마흔 살이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아직도 애기같은 모습인데 벌써 사십이라니! 게다가 키티에게는 쌍둥이 동생도 있답니다. 모르셨던 분들에겐 아마 꽤 큰 충격적인 소식일 듯한데요. 오른쪽 귀에 빨간색 리본을 단 쪽이 언니인 헬로키티, 왼쪽 귀에 노란색 리본을 단쪽이 쌍둥이 동생 미미라고 하니, 앞으로는 노란 리본의 미미를 발견하더라도 헬로키티와는 헷갈리지 마세요!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헬로 키티. 일본 산리오사에서 디자인한 헬로 키티의 본명은 '키티 화이트'. 1974년 11월 1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답니다. 키는 사과 5개, 몸무게는 사과 3개분. 대충 40cm의 키에 1kg이 조금 안 되는 몸무게를 가진 스펙입니다.
자그마한 이 캐릭터. 숨겨진 힘은 엄청납니다.
문구류부터 과자, 의류 심지어 자동차용품까지 안하는 일이 거의 없는 키티는 1년 동안 약 300억 엔(3,000억 원)을 번다고 합니다. 자산가치만 1조 5천 억 엔(15조원)에 달하죠. 그야말로 상위 1% 캐릭터입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아직 미혼이라면, 저도 줄 한번 서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헬로 키티만 있는 게 아닙니다. 리락쿠마, 호빵맨, 도라에몽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일본 캐릭터의 특징은 동글동글한 외모에 커다란 머리, 짧은 팔다리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가 일본 캐릭터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음과 동시에 일본 캐릭터 산업의 모든 것을 한눈에 체험할 수 있는 곳. '키디랜드(Kiddy Land)'를 여러분께 소개할까 합니다. 키디랜드는 하라주쿠 메이지 진구마에역(明治神宮前駅)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캐릭터 샵인데, 4층짜리 건물에는 항상 남녀노소, 관광객들이 북적입니다.
매장 입구에서부터 '이름 모를 그러나 꽤 유명해 보이는' 인형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역시 머리는 크고 팔, 다리는 짧네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변의 아기자기한 인형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조금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남자의 사진을 만날 수 있는데요.
그 남자는 바로 '준이치 나카하라'. 일본 캐릭터 산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소녀만화' 장르를 개척한 사람입니다. ‘가와이 문화’의 시초라고도 하죠. 2차 대전 이후, '준이치 나카하라'가 개척한 '소녀만화'의 기반 위에서 일본 캐릭터 산업이 성장했다는 것이 옆에 있던 일본 친구의 설명입니다. '소녀만화'가 도대체 뭔가 싶었는데, 바로 옆에 '준이치 나카하라'의 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준이치 나카하라의 작품을 지나치면 드디어 본격적인 쇼핑공간이 나타납니다. 사실 그동안 만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라 잘 몰랐는데, 정말 많은 종류의 캐릭터들이 있더군요.
1층에는 주로 문구류나 악세서리에 캐릭터 이미지를 새겨놓은 제품이 많고, 2층부터는 디즈니 애비뉴, 레고존, 리락쿠마 스토어 등 캐릭터 종류별로 섹션이 나뉘어 있습니다.
키디랜드 계단 통로 벽면에는 이렇게 각 캐릭터가 그려져 있습니다. 키디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락쿠마 스토어와 헬로키티 샵은 4층에 있습니다.
4층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리락쿠마를 만날 수 있습니다.
리락쿠마 가구 코너에선 '내가 리락쿠마를 사러온건지', '리락쿠마가 가구를 사러온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장농을 보면서 문도 한번 열어보고
소파도 한번 눌러보면서 가구를 둘러보고 나면,
이제 기모노를 차려입은 헬로 키티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에게는 호빵맨으로 잘 알려진 '앙팡맨', 피카츄도 꾸준히 인기를 끄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웬만한 피규어들은 이미 품절이라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네요.
약 한 시간 정도 매장을 구경하면서 일본 캐릭터 산업의 거대함을 몸소 체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구경하는 동안에도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댔으며, 층마다 마련된 계산대에는 계산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죠. 이 줄만 봐도 일본 캐릭터 산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어린아이들보다는 20~30대 여성과 관광객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본 친구의 말에 따르면, 도쿄 키디랜드는 '가와이 투어'의 필수 코스라고 합니다. '가와이(かわいい)'란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의미로 일본에서 여자들끼리 하는 대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일본 여성들은 외모와 표정에서부터 의상까지 '귀여움'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고, 여자 아이돌도 섹시함보다는 '귀여움'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로 치자면 아이유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일본 문화, 특히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핵심 정서가 바로 '가와이'입니다.
이처럼 '가와이'라는 단어가 일본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다 보니,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도 자연스럽게 '가와이'와 연결됩니다. 가와이한 캐릭터 산업을 비롯, 의류, 악세서리, 네일아트 등 넓은 범위에서 관련 산업이 발달하고, 일본만의 정체성은 강화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출처:중앙일보)
최근 우리나라에도 뽀로로, 라바, 타요버스 등 캐릭터 산업이 성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계기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나아가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헬로키티를 통해서 봤듯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개별 캐릭터가 가지는 경쟁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가와이 문화'처럼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 산업을 관통하는, 또 전 산업에서 공유할 수 있는 우리만의 정서를 키우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일본 캐릭터 산업을 지켜보면서 우리만의 정서를 어떻게 구현하고 세일즈에 이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본 포스팅은 자유광장(http://www.freedomsquare.co.kr/)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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