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모아두는 인벤토리

운명의 장난이 가득했던 1:1 배틀, 그 승자와 패자는? - 쇼미더머니6 3차예선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7. 16. 02:45

 

시즌이 계속될 때마다 크고작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쇼미더머니가 어느덧 6번째 시즌을 맞았다. 초창기에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비판하던 래퍼들이 출연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시즌 6에서는 한국 힙합의 대부, 타이거JK가 심사위원으로, 시즌 1에서 무려 우승 프로듀서의 영예를 안았던 더블케이가 일반 참가자로 참여하는 등 시작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5일 방송에서는 1, 2차 예선을 거친 쟁쟁한 참가자들이 1:1 대결을 펼쳤는데, 과연 누가 올라갔고, 누가 아쉬운 눈물을 삼켰는지 살짝 들여다 보자.

 

첫 판부터 세게 붙자! - 마이크로닷 vs 매니악

쇼미더머니4, 1:1배틀에서 비아이를 발라버렸던 마이크로닷. 그가 아니었다면 비아이가 스타덤에 오르는 시기가 1년 쯤 단축되었을지도 모른다. 시즌 6에 다시 돌아온 그가 이번에 1:1 배틀에서 고른 상대는 1세대 힙합그룹 업타운 출신의 매니악이었다.

 

 

그러고 보니, 쇼미더머니에는 유독 업타운 출신의 래퍼가 자주 나왔다. 시즌 2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고, 이후 심사위원으로도 자주 얼굴을 비췄던 스윙스가 대표적인 성공사례. 반면, 업타운에서 스윙스와 함께 활동하며 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던 스내키챈은 시즌 3와 5에 출연했으나 각각 육지담과 G2에 밀려 쓸쓸히 퇴장하기도 했다. 과연 업타운 출신의 또 다른 래퍼 매니악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일단 1:1 배틀에서는 유려한 플로우와 인상적인 발성을 선보이며 그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는데 성공했다. 마이크로닷이 떨어진 것은 참 유감스럽지만 말이다.

 

 

 

 

 진정한 어둠의 래퍼를 가리다. - 우원재 vs 이그니토

첫 등장에서부터 타이거JK를 비롯해 시청자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던 아마추어 래퍼 우원재, 그는 1:1 배틀의 상대로 악마래퍼 '이그니토'를 지목한다. 이그니토는 2005년에 데뷔해 이미 2007년에 쇼미 6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는 개코, 도끼, 비지 등과 함께 동전한닢 remix에도 참여한 바 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프로 래퍼다. 반면, 우원재는 쇼미더머니 6에서 처음 이름을 알린 그야말로 'real' 아마추어 래퍼. 이름값만 보면 이그니토의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동점과 재대결 끝에 '신선함'의 우원재가 '노련함'의 이그니토를 꺾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두 '어둠의 래퍼'간의 대결, 영상으로 확인해 보자.

 

 

 

순간의 선택이 당락을 좌우한다. - 보이비 vs 블랙나인 

이미 쇼미더머니 시즌 5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던 보이비, 절친 지구인의 탈락으로 어깨가 무거워진 그는 '쉽게 가자'는 마음으로 블랙나인을 1:1 배틀 상대로 지목한다. 그 이유는 블랙나인의 2차 예선 당시의 모습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 블랙나인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기억이 안나는 걸 보니, 별볼일 없을 것 분명하다는 것이 보이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흑구흑구'를 외치며 심사위원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블랙나인의 2차 예선 당시의 활약을 말이다.

 

 

1:1 배틀에서도 블랙나인은 그야말로 '찢어버리는' 랩을 선보였다. 반면 보이비의 파트는 무난하고 적당했던 수준. 만약 다른 상대를 만났더라면 무난하고 적당하게 올라갔겠지만, 블랙나인을 골랐던 탓에 보이비는 친구 지구인의 뒤를 따르게 된다. 그나저나, 블랙나인의 활약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쇼미더머니 6의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듯하다.

 

떠오르는 다크호스, 블랙나인의 미친 랩을 한 번 들어보자.

 

 

 

 주노플로, 우승후보의 클래스를 뽐내다. - 주노플로 vs 심바자와디

누군가 내게 이번 시즌의 우승후보를 한 명 뽑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주노플로를 뽑으리라. 유려한 플로우와 랩스킬은 물론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주노플로를 보고 있노라면 그냥 그게 힙합이다. 앞서 주노플로와 킬라그램을 우승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다소 도발적인 발언을 했던 '심바자와디'. 주노플로는 그 발언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심바자와디를 배틀상대로 지목한다. 일전에도 하이라이트에 대한 디스로 곤경 아닌 곤경에 처했던 심바자와디는 이번에도 디스 아닌 디스로 탈락 위기에 처한다. 어려운 상대를 맞아 그에 밀리지 않는 랩을 선보였지만, 주노플로는 역시 주노플로였다.

 

그 둘이 만들어낸 환상의 무대를 한 번 감상해 보자.

 

 

 

 이변이 일어나다. - 페노메코 vs 에이솔

지코, 딘과 함께 팬시차일드 소속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페노메코. 실력과 인맥으로 봤을때, 페노메코가 초반에 탈락하는 그림을 상상하기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 배틀 상대를 고를 때도 무리하지 않고 쉽게 쉽게 가려고 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기에 그의 탈락은 무척 충격적이다.

 

페노메코가 지목한 상대는 '에이솔'. 동글동글 귀염상의 외모 말고는 돋보이는 것 없는 평범한 래퍼다.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따르면 '생각지도 못한' 랩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글쎄... 오히려 '여성 래퍼'라는 타이틀이 만들어낸 후광효과가 아니었을까? 뭐 그래도 예쁘장한 래퍼를 좀 더 오래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인 것도 같다. 그나저나 페노메코의 무대를 보면 확실히 방심 혹은 무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개인적으로는 가사 내용도 좀 거슬리기도 했고...)

 

 

 짬에서 나오는 플로우 - 피타입 vs 디기리

나름 오랫동안 힙합을 들어왔던 팬으로서 쇼미더머니 6에 출연하는 디기리에 대한 기대치가 컸던 것도, 그리고 그간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에 크게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JK는 온갖 욕을 먹어가며 다 죽어가던 디기리를 살려내 1:1 배틀 무대에 올려 놓았고, 그와 대결을 펼칠 상대는 역시 1세대 대표 래퍼 피타입. 철학적인 가사와 개성 뚜렷한 플로우를 가졌지만, 그 개성 때문에 확장성에 분명한 한계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오랜 힙합팬들 사이에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피타입이지만, 라이트팬이 들었을 때에는 뭐가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호' 보다는 '불호'에 가까운 두 1세대 래퍼의 대결, 한 번의 동점과 재대결 끝에 피타입이 디기리를 꺾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되었다. 심사위원들 모두 '올드'가 아닌 '클래식'이었다고 극찬했던 무대는 '디기리'라는 이름이 허투루 전해진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쇼미더머니에서 보여준 약간은 경박스러웠던 모습이 아닌, 진짜 래퍼로서의 모습을 디기리가 앞으로 꾸준히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1세대 래퍼 간의 대결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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