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솔로몬 애쉬(Solomom Asch)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엘리베이터를 활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은 대개 문을 바라보며 서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애쉬는 여러 명의 연기자들을 고용해 벽면을 바라보고 서게 한 후, 피 실험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실험했다. 놀랍게도 처음에는 문을 바라보고 서 있던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슬그머니 벽을 향해 몸을 돌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흔히,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얼핏보면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가려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그리고 그런 본능이 엘리베이터를 가장한 실험실 만큼이나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식만큼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시장을 잘 관찰하고 있다가 주가가 폭락했을때, 주식을 사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주가가 회복되었을때, 팔면 된다. IMF, 911, 리먼사태 등 굵직한 사건이 터졌을 때가 돈을 벌 큰 기회였음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주변에는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정보 부족, 자본의 한계, 기초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는 개인 투자자들의 태도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식투자의 실패는 대개 '군집행동(herd behavior)'이라는 인간의 본성에서 시작된다.
△ 이미지 출처 : misfitsarchitecture.com
군집행동(herd behavior)이란, 양떼, 물고기 무리와 같이 구성원의 의사와 무관하게 집단 전체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성향을 일컫는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와의 관계를 내세워 올라가는 테마주라든가, 아파트 투기, 한때 불었던 중국 펀드 열풍 등을 보고 있으면, 과연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러나 이는 마치 '모두가 등을 돌리고 벽을 보며 서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나도 모르게 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군집행동의 본능이 발휘된 결과일 뿐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본인의 돈을 투자하는 대상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발로 뛰며 알아보기보다는 전문가의 추천에 의존하거나,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쫓아다니며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최근 급하게 오른 테마주를 열심히 분석해서, '기업의 본질가치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결론을 얻어 놓고도, 그저 남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고점에 투자해 큰 손실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분석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는 자신의 분석한 것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의 행태'만을 믿고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라고 하기에는 이런 '비 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는 투자자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 오히려, 대중과 맞서 당당하게 소신대로 행동하는 투자자는 '극히 소수'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워렌 버핏을 비롯, 성공한 가치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성공에는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진 않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시세의 흐름에 관계없이 제 가치를 찾아갈 때까지 보유하는 것, 하지만 그 뻔한 이야기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투자자들의 무리'속에서 과감하게 뛰쳐나올 수 있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고래의 입 속으로 뛰어드는 물고기 떼, 밖에서 보기에는 위험천만해 보이지만, 정작 그 무리 속의 물고기 한마리 한마리는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평온하게 헤엄칠 뿐이다. 결국 그 무리에서 살아남는 것은 '본성'을 극복하고 살 길을 찾아나서는 용기를 갖춘 물고기뿐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투자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두가 뒤돌아 벽면을 바라보고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당당히 정면의 문을 바라보고 서있을 수 있는 소신이 있는지 먼저 돌이켜 보자.
[군집행동]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라고 할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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