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알기 쉬운 경제용어

기업이 내놓는 장밋빛 청사진,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7. 1. 08:00

 

 

오늘도 주식시장에서는 수많은 개미들이 소주를 안주삼아 눈물을 삼킨다. 증권방송에서 혹은 옆자리에 앉은 직장동료가 넌지시 전해준 정보를 믿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주식을 샀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날 이후로 이놈의 주식은 오를 줄 모르고 떨어지기만 한다. 마치 뉴턴의 사과처럼,

 

이건 절대 내 경험담이 아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일 뿐...

가슴이 갑자기 먹먹해지는 것은 그냥 기분 탓인거다.

 

뭐 아무튼, 주식시장만큼 썰이 난무하는 곳도 없다. 진정한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어떤 썰이 진퉁인지를 판별하는 능력을 먼저 키워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의 '썰'은 개인 투자자들을 등쳐먹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 이미지 출처 : www.flickr.com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기 위해서이다. 기업이 원하는 만큼 자금을 확보하려면,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회사의 사업모델과 향후 전망, 이윤 확보를 위해 어떤 전략을 추진할 것인지 등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데, 이를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라고 한다.

 

뭔가 멋들어진 우리말로 옮겨보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성장 스토리'보다는 좀 더 큰 개념이고, 직역하면 '자본 스토리' 정도 되려나 싶지만 감이 잘 안온다. 스토리를 이야기로 바꿔 부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그냥 에쿼티 스토리라고 하자. 야구 볼 때도 세잎이라고 하지, 안전이라고 하진 않으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에쿼티 스토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한 기업에 CEO가 새로 취임하면, '2020년까지 영업이익 2배 성장'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곤 한다. 타이틀만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막상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나름 수긍이 가는 경우도 많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든지, 스마트폰은 이용한 모바일 쇼핑시장의 성장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는지, 아니면 메르스를 비롯한 변종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해 백신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등 다양한 이유를 토대로 풀어내는 '썰', 아니 에쿼티 스토리를 듣다보면, '미래의 성장'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에쿼티 스토리에는 정해진 양식이 없다. 기업이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알아서, 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 된다. 재무재표가 기업을 설명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요소라면, 에쿼티 스토리는 뭐랄까 예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투자자들이 기업을 분석할 때, 혼란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혼이 담긴 구라는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투자자들의 피 같은 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금융당국은 그것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결과만 놓고 봐서는 이게 처음부터 구라였는지, 아니면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에쿼티 스토리가 '주식시장의 합법적 사기' 정도로 여겨질 것이다. 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과 '이익을 쫓는 투자자'들이 필요에 의해 만나서 거래하는 장소다. '내가 100만원을 너희 회사에 투자할테니, 3년안에 120만원을 돌려다오'라는 제안이 오가는 주식시장에서 '3년 안에 100만원을 어떻게 120만원으로 만들지'를 설명하는 것이 '에쿼티 스토리'다. 에쿼티 스토리가 없다면, 애초에 주식시장에서 거래라는 것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흔히, '가치투자자'라고 하면 재무재표에 입각해서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돈을 투자한 후, 십 수년 동안 푹 묵혀두었다가 묵은지 꺼내듯 원금과 투자이익을 회수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너도나도 가치투자자가 되겠다며, 대기업 중 몇 개를 골라 돈을 묻어둔다. 그런데, 대기업에 오랜 기간 투자하면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일까? 

 

한 때 '세계경영'을 부르짖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대우'라는 기업은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STX, 동양 등 대기업이 무너진 사례는 많다. 재무구조가 안 좋아서 그런거라고? 재무재표만 잘 들여다봐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지금도 주식시장에는 PBR이 1이 채 안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소위 말해, 지금 당장 회사가 망해서 자산을 팔아도 시가총액보다 더 많은 돈이 남는 그러니까 현재 주가보다 더 많은 돈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회사들이다.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면 수익이 보장될까?

 

재무재표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과거 실적을 반영한다. 과거의 성공이 반드시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주식투자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는 것이기에, 재무재표에만 의존한 투자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재무재표를 통해 '좋은 기업'은 발굴할 수 있지만, '좋은 주식'을 찾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진정한 가치투자자는 '에쿼티 스토리'에서 투자의 답을 구한다. 과연 이 기업이 미래 먹거리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급변하는 경영환경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가 바로 이 '에쿼티 스토리' 안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쿼티 스토리'에 정해진 양식이 없듯이, 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도 딱히 '공식'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같은 이야기를 듣더라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 가운데 현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를 걸러내어 투자에 활용하는 사람은 '혜안을 가진 현자'가 되는 것이고, 앞뒤 따지지 않고 일단 '매수 버튼'부터 누르고 보는 사람은 결국 깡통을 차고 한강으로 향하게 된다.

 

진정한 투자자가 되고 싶다고? 그럼 일단, 투자하는 기업의 에쿼티 스토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그리고 그게 말이되는 이야기인지, 그리고 그 이야기가 현실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곰곰히 따져보자. 그게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당신의 투자실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다.

 

기업이 내놓는 장밋빛 청사진,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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