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쓰는 일본스토리/Taste in Tokyo

[신바시 맛집] 이 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도쿄 최고 추천 맛집, 미도리 스시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6. 14. 07:30

 

 

오랜만에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 집에서 뒹굴대던 중, 문득 무료함이 느껴졌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없다. 아무것도!" 요즘 나의 일상이 그렇다. '학교-숙제-집-야구시청 또는 블로그 포스팅'의 무한 반복, 주말에 어디 멀리 놀러라도 나갈까 싶은 맘이 들다가도, 밀려있는 블로그 포스팅 거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가끔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사는건가 하는 회의감이 밀려올 때도 있다.

 

 

어쩌다 보니 넋두리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뭐 그냥 요새 근황이 그렇다는 거다. 아무튼 무료함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냥 무턱대고 길을 나섰다. 늘 그랬듯이 유리카모메를 타고 신바시역까지는 갔는데, 그 다음 목적지를 도무지 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아무 목적지도 없이 걷던 중, JR이 지나는 고가철도 아래 상점가에 도착했다. 그냥 나 혼자 '먹자골목'이라 부르는 이 곳에는 아직 한번도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꽤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미도리 스시 역시 그런 음식점 중 하나다. 수 개월 전, 회사 동기들과 시부야에 있는 미도리 스시에서 느꼈던 감동이란... '아! 역시, 스시는 일본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순간이었다. 그 이후에도 종종 그 감동을 느껴보고자 미도리 스시를 찾았으나, 항상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대충 잡아도 한 시간은 걸리는 대기시간때문에 아쉬움을 삼키며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미도리 스시를 지나가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고작해야 5팀 정도, 점심과 저녁 사이에 낀 애매한 시간이어서 그랬나보다. 입구 한 켠에 놓인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고 10여분 정도 기다렸을까? 직원이 내 번호를 부르며, 카운터에 자리가 하나 났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10분만에 미도리 스시에 들어가다니... 이건 거의 로또급 행운이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열심히 스시를 만들고 있는 주방장들을 마주하고 카운터 자리에 앉았다. 마침 옆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왠지 낯이 많이 익은 여자 손님이 내 옆에 앉았다. 어디서 봤더라... 하며 한참을 고민했는데, TV에서 본 것 같았다. 테이스티 로드에 나왔던 박수진...?! '아,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보니 그냥 닮은 사람이구나!'

 

'혼자 오셨나봐요? 저도 혼자 왔는데...'라는 말은 그냥 마음 속으로만...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일본어 좀 배워둘껄... 하며 아쉬워하고 있는데, 그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저... 여기 메뉴판 좀 가져다 봐도 될까요?" 뭐 대충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네, 가져가세요. 제 맘도 이미 가져갔잖아요. ㅋ' 농담할 실력도 안되었기에, 그냥 말없이 메뉴판만 건네주었다.

 

 

미도리 스시에는 세트 메뉴가 몇 가지 있는데, 가격은 2,000엔~3,000엔 정도로 꽤 비싼 편이다. 대충 골고루 있을 만한 것들이 다 들어있는 2,000엔짜리 메뉴를 주문했다. 사진을 가르키며, '고레와, 히토츠'라고 하면 될 것을, 옆에 앉은 여자가 괜히 신경쓰여 한참을 버벅댔다. 주방장이 '뭐 마실래요?'라고 물어보는 것도 잘 못 알아듣고 어버버...  원래 주문은 꽤 능숙하게 하는 편이었는데, 모냥 빠지게시리,

 

 

2,000엔짜리 세트를 주문하면, 계란찜(?)과 게살 샐러드(?) 같은 것들이 에피타이져로 나온다. 나오자 마자 일단 사진을 찍었는데, 혹시 나머지 메뉴가 하나씩 나오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블로그에 올리려면, 한번에 나와서 사진을 찍는게 좋은데...' 내가 스시를 먹으러 여기 온 건지, 블로그를 하려고 여기 온 건지 다시금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카운터 자리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자리 앞에 놓은 접시에 주방장이 만든 음식을 직접 내려놓는다. 그래서 카운터에서 음식을 먹으면 왠지 모르게 더 신선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어만 유창하게 할 수 있다면, 주방장과 이야기도 나눠가며 훨씬 맛깔나게 먹고 나올 수 있을텐데... 일본 생활이 이제 고작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지금으로써는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아, 아이패드를 뒤적이며 한참동안 시간을 보냈다. 옆에 앉은 일본 박수진 양은 이미 한 접시를 다 먹어치웠던데... 슬슬 조바심이 생길 무렵, 드디어 눈 앞에 내 것으로 보이는 스시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세트메뉴는 카운터 자리에서도 한 번에 세팅되어 나오나 보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음식이 드디어 나왔다. 이 모든게 단돈 2천엔!! (세금 별도)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싼 가격이지만, 음식을 먹을 때 만큼은 절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맛이다. 혹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초밥을 먹으려면 3~4만원은 줘야할 것이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주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살다보면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사진을 한 장 찍고, 본격적으로 먹어볼까 하는데, 간장 담는 그릇이 없다. 종업원에게 부탁을 하고 기다리는데, 저쪽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간장통을 내게 건네 주었다. 역시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단 말야.'라고 생각하며,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일본 박수진이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음... 너 말고, 니 옆에... 뭐 너도 이쁘게 태어나줘서 고맙긴 해' 라고 그냥 또 혼자 속으로만 생각함.

 

 

미도리 스시에서는 세트메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단품을 주문해서 즐길 수 있다. 벽면에 걸린 메뉴판에서 사진과 가격을 함께 확인할 수 있으니, 세트메뉴를 먹은 후 양이 좀 모자란다 싶으면 추가로 단품을 몇 개 주문하시길 추천한다. 무엇을 골라도 평균 이상은 하는 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광어(엔가와)나 게살 샐러드를 적극 추천드림.

 

 

뭐, 네이버에 '일본 스시', '도쿄 스시'만 쳐도 수없이 나오는 것이 미도리 스시 이용후기라, 이 곳의 가격 대비 성능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미도리 스시의 단 한가지 단점은 평일, 주말에 관계없이 기본 1시간~1시간 반 이상이 소요되는 대기시간이다. 하지만 오후 4시 무렵, 신바시역 근처에 있는 미도리 스시를 찾아간다면 생각보다 빨리 가게에 들어가 스시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찾아가는 길은 구글 맵에 '美登利寿司'를 입력한 후, 신바시 역 주변에 있는 장소를 선택하면 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관성 없는 평점>

맛 ★★★★☆ / 가격 ★★★★★ / 분위기 ★★★★

종합 ★★★★☆

 

[신바시 맛집] 이 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도쿄 최고 추천 맛집, 미도리 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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