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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알바이신을 채운 집시의 열정 - 그라나다 동굴 플라멩고 공연

절벽의 도시 론다에서 이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라나다까지는 기차로 2시간 반, 오후 1시 반쯤 출발한 기차는 오후 4시쯤이 되어서야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참고로 론다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기차는 아침(8시), 점심(1시반), 저녁(5시)에 각각 한 대씩 있다. * 2015년 기준 TIP. 여행 일정이 fix되었다면, 미리 사이트에서 열차 티켓을 예매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 티켓을 사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다. 론다-그라나다 구간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편은 아니기에 자리가 없어서 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더러(성수기에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론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론다에 도착한 날 떠나는 기차표를 예매하면 된다.(나 역시도 버스를 ..

53. 생각지도 못한 발견, 론다의 소꼬리찜은 진리다!

파라도르 데 론다, 누에보 다리,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구 시가지 풍경 - 1박 2일간의 론다 여행은 카메라에 그리고 가슴 속에 풍성한 추억을 남기며 마무리되고 있었다. 론다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민 투우장을 빠져나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근처 식당을 찾았다. 'Restaurante Flores' 굳이 번역을 하자면 '꽃식당'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여행기의 테마로 잡은 '꽃보다 유럽'에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오랜 역사와 전통에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다.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간 동네식당이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니... 레스토랑이 처음 생긴 1919년을 나타내는 숫자가 입구에 적혀 있었다. 참고로 1919년은 3.1운동이 일어나고 상해..

52. 인간과 황소의 고독한 싸움, 론다에서 투우의 역사를 더듬다.

"원형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문이 열리고, 잔뜩 약이 오른 황소의 그림자가 어슴프레 보인다. 이글대는 태양 때문일까?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황소의 모습에 귓가의 함성소리는 어느새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 처럼 고요해진다. 오늘도 무사히 끝낼 수 있으리라...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내면, 저 깊은 곳에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한없이 온화해보이는 사람들조차도 '피'를 보면 열광하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다. 로마시대의 콜로세움에서부터 UFC의 옥타곤까지, 수많은 전사들이 인류의 폭력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피를 튀기며 서로 싸워왔다. 여기, 르네상스 시대의 폭력성을 ..

51. 낮에 다시 찾은 누에보 다리에서 자연과 건축의 하모니를 느끼다.

구시가지 산책을 마친 후, 숙소가 있는 누에보 다리로 돌아오는데,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따스한 햇살때문일까? 잔뜩 찌뿌렸던 하늘도 이제는 화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라나다로 떠나는 열차 시각까지는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어제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자 누에보 다리 아래로 다시금 내려가 보기로 했다. 나름 두번째 가는 길이어서일까? 어제 초행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론다 여행을 이야기할 때, 누에보 다리만을 언급하는데, 그 반대편으로 펼쳐진 푸른 초원도 한폭의 그림같다. 어제까지만해도 론다를 그리자면 황톳빛 물감 하나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절벽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녀석들이 여기저기 숨어있고 그걸 ..

50. 여유 넘치는 아침, 한적한 비탈길을 오르다. - 론다 구시가지 도보여행

론다에서의 이튿날 아침. 4성급 호텔의 푸짐한 아침식사로 배를 두둑히 채웠다. 간만에 여유있는 아침 시간을 보낸 것은 어제 이미 론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누에보 다리의 야경을 마음껏 감상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잔뜩 찌뿌린 날씨를 바라보며, '호텔에서 오랜만에 게으름을 피워볼까? 게다가 무려 4성급이잖아!' 악마의 속삭임이 귓가를 파고든다. 하지만 나의 내면은 언제나 천사가 지배한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뚱아리를 이끌고 길을 나섰다. 하늘 위 구름도 나처럼 물을 잔뜩 머금은 모양이다. 잿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토해낼 것 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비가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파라도르에서 누에보 다리를 건너 구 시가지로 접어들면서 만난 아줄레주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

49. 절벽 위의 작은 마을, 론다에서 1박을 해야 하는 이유

1박 2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론다를 찾는 많은 여행객들은 당일치기와 1박 2일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다. 도시가 그리 크지 않고, 관광 포인트라는 것도 사실 누에보 다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빠듯한 일정에 쫓기는 대부분의 단기 배낭여행객들에게 론다는 그저 여행 중 잠깐 스쳐가는 마을이 돼버리곤 한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아침 일찍 버스나 기차를 타면 오후 12시~1시쯤, 론다에 도착한다. 터미널에 짐을 맡기고 누에보 다리를 구경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시각은 대개 4시~6시, 한 나절 남짓한 시간은 하나의 도시를 보고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론다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을 추천한다. 도저히 시간이 안난다고? 그럼 차라리 론다를 건너뛰고 바로 ..

[익선동/★★] 주말 오후, 따스한 햇살과 함께 늦은 점심을 - 익선동 맛집 '열두달'

언제부터였을까? 대로변의 크고 화려한 레스토랑보다 골목골목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져든 것이. 좁은 골목안으로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매력이 하나씩,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요즘들어 익선동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니 골목 속 보물찾기의 즐거움에 빠져든 사람이 나 하나뿐은 아닌가 보다. 평범한 주택 같은 건물에 빛바랜 작은 간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곁에 두고서도 지나칠 법한 이 곳은 익선동 최고의 핫플레이스, 열두달이다. 얼핏 봐서는 그냥 작은 레스토랑 같지만 보리햇살농장, JJ, ROOT 등 6개 브랜드가 공동으로 입점해있다고 한다.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어 조금만 손님이 몰려도 가게 앞은 북새통을 이룰 것 같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순번..

[영등포/★☆]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해산물이 푸짐한 어다리횟집

모처럼만에 여의도를 벗어나 영등포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싱싱한 해산물! 어다리 횟집이라는 나름 프랜차이즈 식당을 찾았다. 서울, 경기지역에 꽤 많은 수의 지점이 있는데 그 중 영등포 지점이 제일 낫다고 한다. 우리은행 영등포지점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먹자골목이 나온다. 어다리 횟집은 먹자골목 중간쯤에 있다. 워낙에 화려한 간판을 단 음식점이 많은데다 어다리 횟집은 2층에 위치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으니, 그 점 참고하시길, 메뉴판들 받아들고 뭘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어다리스페셜 코스를 주문했다. 이 블로그를 꾸준히 구독하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식당 이름을 딴 메뉴가 가장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양이 엄청 푸짐했고, 맛도 괜찮았다. 회를 먹다보..

(9월) 티스토리 초대장 배포

몇 장 남은 티스토리 초대장이 있어, 원하는 분께 드리려고 합니다. 티스토리 초대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간단한 소개와 함께 비밀댓글로 이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이메일 주소가 없으면 초대장을 드리지 못하니 꼭 이메일 주소 남겨주셔야 합니다.) 최대 5분 정도 선정 후, 초대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신청자가 많을 시 임의로 선정 후 초대장을 보낼 예정이오니, 혹시라도 댓글을 남기신 후 초대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동안 서로 교류하면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우측에 사이드바에 있는 이웃 추가 또는 티스토리 '내 링크에 추가'를 부탁드립니다. (필수 사항은 아니고, 향후 교류를 원하시는 분만 추가하시면 됩니다. 이웃 추가 여부..

카테고리 없음 2016.09.09

[★☆]이태원에서 넘어온 퓨전 이태리 레스토랑, 오키친(OKitchen)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때, 그러니까 벌써 7년 전 이야기다. 당시 부회장님께서 점심시간에 직원들을 이태원으로 불러 모으셨다. 회사 전 직원은 아니고, 아마 본부 단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략 20명 안팎이었으니까.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가슴이 덜컹할 정도로 긴장의 나날을 보내던 신입직원이었으니, 부회장님의 호출헤 적잖히 당황했었다. 그런데 정작 부회장님은 그저 직원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한번 사주고 싶으셨던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찾았던 곳은 이태원의 퓨전 레스토랑 '오키친'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태원의 오키친이 여의도로 이사를 했다. 그것도 벌써 한 2~3년 정도 된 것 같다. 사실 회사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번씩 오키친에서 밥을 먹을때면, 예전 부회장님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