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쓰는 일본스토리/Story in Tokyo

[일본문화 체험기 ⑤] 그 남자의 일본 요리 실습, 새해 음식 오세치 만들기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1. 1. 09:00

 

그 남자의 일본 요리 실습, 새해 음식 오세치 만들기

 

일주일간의 기나긴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처럼 도쿄라이프를 제대로 즐겨보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이게 얼마 만에 맛보는 자유인가요. 기말 기간이 지나자 본격적인 연말이 온 듯합니다. 

 

길거리에 나서니 간간이 보이는 연하장 카드, 보낸카이(ぼうねんかい, 忘年会)로 불리는 송년모임으로 북적대는 식당까지- 연말은 연말인가 봅니다. 연말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고마웠던 사람에게 카드를 보내기도 하고 신년 다이어리를 장만해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지요. 이런 연말연시의 일본 풍경은 작년까지 한국에서 보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연말이 지나 새해가 밝으면 1월 1일에 온 가족이 모여 새해 음식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는 모습 까지요.

 

오늘은 일본의 새해 문화를 느껴보고자(그리고 항상 굶주림에 시달리는 유학생들을 구제하고자) 학교에서 마련해 준 '일본의 새해 음식(오세치, おせち) 체험'을 다녀왔는데요. 무려 요리연구가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일본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요리 실습은 롯본기에 위치한 선생님 자택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오세치 체험

 

처음에는 과연 제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가서 보니, 선생님께서 거의 다 만들어주시더라고요. 정말 안심했답니다. ^^;; 선생님께서는 이미 기본적인 재료손질을 마친 후,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고등어, 메로

 

도착하자 마다 다들 앞치마를 두르고 손을 깨끗이 씻은 후,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미소(일본 된장) 양념에 미리 손질해 놓은 생선을 담궈 놓았는데요. 사실 생선을 즐겨 먹는 편이 아니라 무슨 어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ㅠㅠ 고등어인가? 메로인가?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

 

일본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식을 만들때도 모양을 중요시합니다. 특히 새해 음식은 그 의미가 특별한 만큼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먼저 선생님의 시범에 따라 당근을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당근은 예로부터 일본에서 중요한 약재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귀한 음식이 새해 음식에 빠질 수 없겠죠? 그런데 손질을 하다 보니, 먹는 것 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당근이 인삼만큼이나 비싼 약재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좀 아깝더라고요.

 

당근, 꽃, 약재   당근, 꽃, 약재

 

요래요래 쓱싹쓱싹 다듬으면,

 

당근, 꽃, 약재당근, 꽃, 약재

 

당근 꽃이 활짝!!

 

당근


다들 집중해서 열심히 다듬고 나니,

 

당근꽃


저희가 만든 것도 제법 그럴 듯하죠?

 

당근 손질 후에는 어묵도 먹기 좋게 잘랐는데요. 단무지같이 생긴 어묵을 작게 자른 후, 분홍색 부분을 과일 껍질 깎듯이 살짝 깎아냅니다. 깎아낸 부분의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한 바퀴 꼬아주면, 먹기도 좋고 보기도 좋은 데코레이션이 완성됩니다.

 

어묵

 

대충 이런 느낌으로요!

 

멸치볶음  멸치볶음 

데리야끼 소스를 만들기 위해 간장에 설탕을 넣고 보글보글 끓입니다. 거기에 멸치를 넣고 볶은 후 들깨를 뿌려주면, 순식간에 멸치볶음 완성!!!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밑반찬 중 하나이지만, 일본에서는 멸치볶음이 그리 흔한 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멸치 볶음보다는 멸치 크기가 좀 크고, 맛은 양념이 좀 덜 배어든 느낌입니다. 아, 양념이 좀 더 달짝지근하고요. 선생님께 한국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고 하니, 신기해 하시더라고요. 한참 동안 멸치 이야기를 하다가 선생님께서 가난한 자취생을 어여삐 여겨 멸치볶음을 좀 싸주신다기에 냉큼 받아왔죠 우훗!!

 

암튼 멸치를 다 볶은 후에는 아까 만든 당근을 살짝 데쳐 어묵, 으깬 감자와 함께 상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식탁, 상차리기

 

다른 한쪽에서는 새우튀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새우도 새해 음식의 단골 메뉴 중 하나입니다. 새우처럼 허리가 굽을 때까지 오래도록 장수 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먼저 잘게 다진 새우를 뭉쳐 통새우 위에 올려놓고 돌돌 감싼 후, 튀김옷을 입힙니다. 그 담에 펄펄 끓는 기름에 튀겨내면, 오동통한 새우튀김이 완성됩니다.

  

새우, 새우튀김

 

자, 이제 오늘 요리의 주인공 '오조니'를 만들 시간입니다. 새해가 되면 나이와 함께 떡국을 먹듯, 일본에서는 '오조니(お雑煮)'라 불리는 음식을 먹습니다. 구운 떡과 당근, 시금치 등 야채에 육수를 부어 먹는 일본식 떡국인데요. 오늘은 특별히 그 위에 금가루까지 뿌려봤습니다.

 

 

 

먼저 네모반듯하게 자른 떡을 굽습니다. 오븐을 이용하면 더 쉽게 구울 수 있지만, 정성을 가득 담아내기 위해 가스렌지에 직접 굽기로 했습니다.

 

떡, 떡굽기

떡, 떡굽기

 

정성이 너무 많이 들어간 나머지, 떡이 타버렸네요 ㅠㅠ

 

떡, 떡굽기

 

작은 그릇에 정성껏 구운 떡과 살짝 데친 채소를 넣은 후 미리 우려낸 육수를 부으면 '오조니'가 완성됩니다. 오조니 육수를 만드는 법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교토,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에서는 미소로, 도쿄 등 간토 지역에서는 소금으로 간을 냅니다. 저희는 도쿄에서 만드는 거니 소금으로 간을 낸 생선 육수를 사용했습니다.

 

떡국, 오조니 떡국, 오조니

 

 

우리나라에서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이 '오조니'를 나이와 함께 먹는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아까 미소 양념에 재워놓은 생선을 굽고, 미리 준비해 둔 떡갈비(?) 꼬치를 상에 올리는 것으로 식사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점심식사였지만, 흥을 돋우기 위한 사케도 한 병 준비했죠.

 

생선, 꼬치, 밥상  생선, 꼬치, 밥상

생선, 꼬치, 밥상

 

사진을 한 컷 찍은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니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가깝지만 먼 이국땅에서 오랜만에 느껴본 정겨움이랄까요? ^^;; 매일 학교에서 보는 친구들이지만, 이렇게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만들고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친밀함이 느껴졌습니다. 아마 가족, 친지들이 모여 새해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것도 이런 친밀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전해오는 전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세치를 한 그릇 뚝딱 하고 나니 저는 벌써 2015년이 시작된 줄 알았습니다만, 아직 연말이네요. ^^;;; 연말엔 평소보다 더욱 바쁘고 약속도 잦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가까운 사람에게 조금은 소홀해지기도 쉬운 시기인데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면서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와 함께 새해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로 간에 친밀감을 높이는데 최고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2015년을 맞이하기 위해 여러분들은 어떤 음식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정성 담긴 음식과 함께 따뜻하고 훈훈한 새해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자유광장(http://www.freedomsquare.co.kr/)에 기고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