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쓰는 일본스토리/Taste in Tokyo

[긴자 맛집] 25겹의 경이로움, 밀푀유 돈카츠의 정석, 겐카츠(ゲンカツ)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3. 27. 23:37

 

 

여렸을 적, 즐겨 먹던 과자 중, 엄마손파이라는 것이 있었다. 엄마의 정성으로 384겹이었나? 아무튼 얇은 과자를 포개어 만든 것이라는 광고가 인상적이었다. 정말 384겹으로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어쨋든 결대로 과자를 베어물면 '짝' 하고 쪼개지는 느낌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밀푀유는 1,000장의 나뭇잎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의 유명한 디저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든 얇은 과자와 크림을 겹겹이 포개서 만든 음식이다. 아마 엄마손파이 역시 이 밀푀유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과자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바다 건너 일본에도 밀푀유에서 모티브를 얻은 음식이 하나 있으니, 다름아닌 밀푀유 돈카츠!! 일반적인 돈카츠와는 달리 얇은 돼지고기를 25겹 쌓아 튀겨낸 것이라고 한다. 긴자를 서성거리며 주린 배를 움켜쥐다가 일전에 '식신로드'에도 소개된 적이 있었다는 '겐카츠'를 찾아가 보았다.

 

 

겐카츠는 긴자역 '미츠코시 백화점' 바로 옆에 있다. 위치 자체는 후미진 곳이 아니라 찾기 쉽지만 건물 자체가 워낙 작은 편이라 막상 가게 앞에서 헤맬 위험이 있으니, 유의하시길... 구글맵에 'ゲンカツ(겐가츠)'라고 입력하면 쉽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좁은 계단을 따라(혹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3층으로 올라가면 아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항상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막상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으면 주변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종업원들이 자리를 빨리빨리 채우는 것에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는데, 주변 테이블이 이렇게 휑하니 비어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자리가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 것을 알기나 할까? 음식을 바로바로 만들어 주다 보니, 주방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요리의 양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냥 자리를 비워두는 건가 싶기도 하다. 뭐 그래도 이왕이면 앉아서 기다리는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뭐... 내 가게도 아닌데, 난 맛있게 먹고 일어나면 장땡이지.. ㅋ

 

 

주문을 하기 전,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으니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자!!! 간단하게 '간코쿠고노 메뉴 오네가이시마스' 라고 하면 대충 말이 통하는 것 같다. 나름 저렴하게 먹으려면 점심시간에 가서 '런치메뉴(1,290엔)를 주문하면 되는데, 난 저녁때 간 거라 어쩔수 없이 1,950엔짜리 세트를 골랐다. 8가지 정도 되는 다양한 돈카츠 메뉴 중 하나와 밥과 양배추 그리고 미소 된장국이 포함되어 있다. 돈카츠는 후추맛, 치즈, 마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 중 마늘을 골랐다. 사실 먹는 동안에는 내가 뭘 골랐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포스팅을 위해 기억을 더듬다 보니 마늘맛을 골랐던게 생각날 만큼 일반 돈카츠와는 '맛이나 향'에 그닥 차이가 없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 산처럼 수북히 쌓인 양배추를 가져다 준다는 글을 분명히 봤는데, 사실 나는 그냥 젓가락만 쪽쪽 빨고 있었다. 주문을 받고 조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15~20분 정도 기다려야하는데, 직원들이 나한테 양배추를 가져다 주는 것을 잊어버린 탓에 나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뒤적거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나만의 평온한 시간이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돈카츠를 보고서야 양배추가 생각났기에 혹시 양배추는 안주는거냐고 더듬더듬 영어로 물어봤다. 다행이 직원이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내 질문이 잘못된 문장임을 숨길 수 있었으나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되더라... 결국 양배추 사진을 네이버에서 찾아 보여주니 직원이 유레카를 외치며 주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사이 나는 음식을 한컷 한컷 찍기 시작했다.

 

 

겐카츠의 밥은 돈카츠 만큼이나 맛있기로 유명하다. 워낙 사진을 잘 못 찍는 편이라 잘 보이지는 않는데, 밥알에 윤기가 좌르르르 하다는... 나무로 된 밥통에 딸려나오는 주걱으로 밥을 퍼서 앞접시에 덜어먹으면 된다. 물론 밥통째로 그냥 먹어도 뭐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

 

 

돈카츠를 처음 보면 뭐랄까 실망감 같은게 몰려온다. 총 8조각인데 사실 양이 그리 많지는 않다. 블로그 후기를 보면, 보기엔 작아보이지만 꽤 푸짐한 양이라고 한다. 먹어보니, 역시 보기엔 작아보이지만 양도 작은 편이었다. 밥 먹은지 4시간 정도 지났는데, 글 쓰다보니 또 배가 고프다. ㅠㅠ

 

 

대충 찍고 밥을 먹으려다가 그래도 '밀푀유' 돈카츠인데 겹겹이 쌓인 층은 보여줘야겠다 싶이서 굳이 집어든 돈카츠 조각을 내려놓고 사진을 하나 더 찍었다. 배가 조금만 덜 고팠더라면 진짜 25겹인지도 세어봤을텐데... 약간 늦은 시간에 먹은거라 그럴 여유까지는 없었다.

 

1인분에 1,980엔이면 약 2만원 정도 하는 셈이라 결코 저렴한 식당은 아니다. 나야 뭐 갈때부터 블로그에 포스팅 하겠다는 생각으로 갔던거라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갔던 거지만, 음료 마시고, 애피타이저, 디저트 까지 감안하면 가격이 꽤 나올것 같다. 그러니 혹시 이 글 보고 가실 분들은 미리 맘속으로 견적을 뽑아서 가시길...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 맛도 보장된 식당이니, 예산에 여유있는 관광객들은 한 번쯤 가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뭐 한국에도 홍대 근처에 체인점이 운영중이라고 하니, 그 곳으로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관성 없는 평점>

맛 ★★★★ / 가격 ★ / 분위기 ★★

종합 ★★★☆

주소 : 〒104-0061 東京都中央区銀座4−6−18 銀座アクトビル3F

전화번호 : 03-3567-1129

 

[긴자 맛집] 25겹의 경이로움, 밀푀유 돈카츠의 정석, 겐카츠(ゲンカ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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