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Economic Focus

일본 스타벅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6. 7. 08:30

 

 

스타벅스,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집, 학교 다음으로 오래 머무르는 곳이다. 조용한 분위기와 편안한 음악, 은은한 커피 향까지, 스타벅스는 모든 것이 바쁘고 삭막하게 돌아가는 도쿄에서 그나마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다. 한국에서야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본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커피 전문점을 스타벅스가 거의 유일하다.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데이터 양에 제한이 있는 나로서는 하다못해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나 올릴 때에도 기왕이면 스타벅스를 찾게 된다.

 

그런데, 이 곳 일본의 스타벅스는 분위기가 한국과 매우 다르다. 일단, 혼자 와서 커피를 즐기는 고객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그래서인지 테이블 양쪽으로 의자가 놓여져 있는 우리와는 달리, 테이블 당 의자가 하나씩만 배치되어 통로 쪽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인데, 거의 우리나라의 북카페만큼이나 조용한 편이다.

 

물론, 시부야, 롯본기 등 번화가에 위치한 매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20~30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다른 매장에 비해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스타벅스가 들고 나온 전략이 바로 츠타야(Tsutaya)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츠타야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 브랜드 중 하나인데, 스타벅스와 츠타야는 일본의 주요 번화가 지역에 거대한 공간을 조성하여 카페와 서점을 함께 입점시켜 운영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일행이 주문을 위해 기다리는 동안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심지어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자유롭게 책을 가져다 볼 수도 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의 장점은 보다 쾌적한 매장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카운터가 위치한 입구 쪽에는 주문을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선 사람들로 인해 매우 혼잡해 보이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본의 여느 스타벅스 매장과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매장 안에는 거의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공간 곳곳에 조성된 서점 공간의 영향 탓인지 북적인다는 느낌을 거의 받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서를 즐기다 보니, 다들 대화를 할 때에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부야나 롯본기에 있는 수 많은 카페 중에 이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진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심 속, 파라다이스 같은 공간. 이것이 스타벅스가 츠타야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다.

 

 

이는 제 3의 장소(3rd Place)'라는 스타벅스 본사의 경영철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제 3의 장소'란 집, 회사에 이어 현대인들이 3번째로 자주 찾는 공간을 의미하는 스타벅스 만의 경영컨셉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을 때, 커피 뿐 아니라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안락함과 활력을 느끼게 하자. 이러한 경험이 축적된다면 결국 그들은 습관적으로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충성고객이 된다." 이 것이 바로 스타벅스가 노리는 부분이다.

 

이처럼 고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스타벅스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일단 경쟁업체에 비해 편안한 소파와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이 있으며, 좌석 간 거리도 상대적으로 넓다. 심지어 고객들이 보다 오래 시간동안 머무르면서 따뜻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컵 뚜껑의 구멍조차 작게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환경보호 이슈 때문에 대부분의 매장에서 머그컵을 사용하긴 하지만, 초창기에는 머그컵을 세척하는 소리가 고객들에게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서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 컵만 사용했다고 한다.

 

 

사실, 스타벅스의 이러한 경영전략은 일반적인 커피전문점들이 취하는 전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단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보다 좋은 소파와 테이블을 구비하고, 단위 면적당 테이블 수를 줄이는 것은 사실 그 행동 자체만으로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을 불러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매장에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그만큼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단기적으로 고비용-저효율의 비 합리적인 전략을 취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스타벅스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냄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만약 충성고객의 증가로 스타벅스의 핵심가치 –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훼손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우리 주변만 돌아봐도 이제 더 이상 스타벅스는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이 아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대부분의 매장에는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높은 인구밀도(?)와 소란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휴식을 즐기기 어려워졌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매장 크기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고객이 몰려들면서,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제 3의 공간‘이라는 가치가 위협받게 되자, 스타벅스는 어떻게 매장 안에 여유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내놓은 첫 번째 해결책은 과잉 공급전략이다. 상권의 크기에 비해 많은 수의 매장을 오픈해서 운영한다면, 매장 당 약 20% 정도의 여유좌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안락한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핵심 상권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본 스타벅스는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상대적으로 고객들이 점유하는 공간의 비율이 높지 않은 서점과의 협업을 통해, 매장의 높은 고객 밀도를 완화시키는 한편, 커피 외에도 고객이 향유할 수 있는 휴식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확한 비율을 알 수는 없지만, 매장 임대료 등을 서로 분담함으로써, 비용관리 측면에서도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경쟁자들이 어떻게 하면 테이블 회전 수를 높일지 고민하고 있는 순간에도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보다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집중했고, 심지어 매장 내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서점과의 콜라보레이션까지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이러한 자세가 바로 스타벅스를 커피가 아닌 문화와 경험을 파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시킨 동력이 아닐까?

 

 일본 스타벅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본 포스팅은 자유광장(www.freedomsquare.co.kr)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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