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Economic Focus

일본 유통업계의 이단아, 돈키호테의 성공비결은?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4. 28. 09:30

 

 

 

티키타카(tiqui-taca), 탁구공을 주고 받는 소리를 뜻하는 스페인어로, 축구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골을 만들어내는 전술을 말한다. '티키타카'를 앞세운 스페인 국가 대표팀은 2010년 월드컵 우승컵을 손에 넣었고, FC 바르셀로나는 21세기 최강 클럽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스페인 국가 대표팀과 FC 바르셀로나의 성공 이후 많은 팀들이 '티키타카'를 흉내내려고 했지만, 성공사례는 많지 않았다. 짧은 패스를 통해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너무나 복잡했기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 : cdn.yjc.ir

 

경영 전략 이론 중, 킬러패스(Killer Pass)란 개념이 있다. '시장 경쟁력'이라는 기업의 목적(Goal)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은 끊임없이 패스를 시도한다. '킬러 패스'는 기업의 수 많은 전략(pass) 중 골을 이끌어내는데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을 말한다.
 
스페인 국가 대표팀과 FC 바르셀로나가 '티키타카'로 한동안 재미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전술이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킬러패스'가 필요하다.

 

 

오늘은 경쟁자들이 감히 따라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 독특한 '킬러패스'를 가진 기업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화장품에서부터 식품, 각종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일본의 대표 잡화점 '돈키호테'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돈키호테는 한 마디로 '정신나간 회사'다. 세르반테스의 동명소설의 주인공처럼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정신나간 짓'을 하는데, 여기에 돈키호테의 성공비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돈키호테의 첫번째 '정신나간 짓'은 '물건을 아무렇게나 잔뜩 쌓아놓는 것'이다. 돈키호테 매장을 찾아가 보면, 수 많은 상품들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빼곡히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건을 얼마나 잔뜩 쌓아놓는지, 맨 윗칸에 있는 상품은 선반 옆에 놓인 간이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겨우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통로는 사람이 한명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 얼핏 봐서는 창고인지 매장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매장의 구성 역시 제멋대로다. 식음료 다음에 전자기기가 나왔다가 그 뒤로 주방용품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식이다. 가뜩이나 수백여가지의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데, 분류는 제각각이고 물건은 잔뜩 높게 쌓여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심지어 주변에 있는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봐도, 물건을 한 번에 찾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의 유통기업들이 소비자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분류를 나누고, 깔끔하게 정돈해 진열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돈키호테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통일된 가격 정책이 없어서 똑같은 제품이라도 매장 별로 가격이 제각각이다. 집 근처 돈키호테에서는 1,500엔에 파는 똑같은 주전자를 회사 앞 돈키호테에서는 2,000엔에 파는 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혹시 다른 매장에서는 더 싸게 파는것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대부분의 대형 유통채널에서는 기피하는 가격정책이다.

 

 

 

돈키호테는 일본 전역에 3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연 매출액이 6천억엔(약 6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유통기업이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돈키호테는 반드시 들렀다가는 '필수 관광코스'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성공이 ① 정신없이 잔뜩 쌓아놓은 제품, ② 고객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매장 구조, ③ 제멋대로 정해 놓은 가격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돈키호테만의 '독특한 킬러패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돈키호테는 왜 매장 가득 제품을 정신없이 쌓아놓는 것일까? 공급처에서 물건이 들어오는대로 매장에 진열을 하면 더이상 재고보관을 위한 창고를 따로 둘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매장 내부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제품을 진열하고 관리하는 것에 굳이 많은 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경쟁업체들은 돈키호테의 매장 내부를 난장판이라고 비난하겠지만, 돈키호테는 임대료를 비롯한 창고 운영비용을 아껴 고객들에게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돈키호테가 '복잡한 매장 구조'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품 코너를 체계적으로 배치한다면, 고객들이 조금 더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돈키호테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매장에 오래 머무를수록 주변의 다른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이는 매장 방문 고객당 매출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돈키호테 창업주, 야스다 타카오(安田 陸夫)의 생각이다.

 

'보물찾기를 하듯 매장 안을 탐험하면서 고객들은 찾는 즐거움, 발견하는 즐거움, 고르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즐거움(amusement)은 돈키호테가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donki-hd.co.jp/

 

매장별로 제멋대로 정해놓은 것 처럼 보이는 가격 정책에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애초에 '돈키호테'는 덤핑제품이나 부도난 회사의 창고정리 품목 등을 싸게 들여와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사업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제품들은 정식 유통채널을 거친 것이 아니었기에 구매원가가 그때 그때 달랐다. 판매가격을 고정시켜 놓기에는, 원가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야스다 타카오는 구매 원가에 유통마진을 붙이는 방식으로 다소 '유연한' 가격정책을 실시했고, 이러한 전략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돈키호테는 개별 매장의 자율성을 상당부분 보장하는 편이다.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접하는 직원들이야말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에는 특별히 정해진 운영시간이 없다. 매장별로 알아서 주변 고객들이 이용하기 편한 시간에 문을 열고, 취급하는 상품의 수와 종류, 프로모션, 심지어 제품 가격까지 매장 관리자가 알아서 정하면 된다. 각 매장별로 임대료, 주요 고객층, 지역별 특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돈키호테의 시각에서는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물건을 파는 것이 오히려 '비 정상'으로 보인다.

 

얼핏 보기에는 '정신나간 짓'처럼 보이는 돈키호테의 경영전략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전략이 'CVD+A'라는 목적(Goal)을 달성하기 위해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CVD+A' 란 돈키호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로 '편리하고(ConVenience), 저렴하고(Discount), 즐거운(Amusement) 쇼핑'을 뜻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현장에서 신속히 반영했을 때, 편리한 쇼핑이 가능할 것이라는 돈키호테의 생각은 '개별 매장의 자율성'이라는 킬러 패스로 이어졌고, 킬러 패스의 결과로 나타난 것 중 하나가 '제멋대로 정한(것 처럼 보이는) 가격'인 것이다. 한편,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을까?'라는 돈키호테의 고민은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 위해 창고를 없애고 제품 진열 및 관리를 위한 인력을 축소한 결과, 매장 곳곳에 제품들이 난잡하게 쌓여가기 시작했다.

 

넘쳐나는 물건들로 매장 내부가 난잡해지면, 돈키호테가 추구하는 '편리한 쇼핑'의 가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러한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즐거운 쇼핑'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등장한 것이 '고객의 동선을 무시한 매장 구조'다. 야쓰다 타카오는 돈키호테에서 쇼핑하는 것을 '정글 속 보물찾기'에 비유한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싸고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서 고객들이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이 있을법한 장소를 바로 찾아 물건을 집어들고 계산하는 과정은 신속하고 편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돈키호테는 일부러라도 고객의 동선에 벗어나는 곳에 물건을 꼭꼭 숨겨둔다.

 

 

'CVD+A'라는 골을 만들어내기 위한 돈키호테의 킬러패스는 얼핏 보기에는 엉성해보이지만, 사실 상당히 정교하고 고차원적인 전략이다. 무엇보다도 '정신나간 짓'처럼 보였기 때문에, 경쟁자들은 따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오랜 기간동안 돈키호테만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는 돈키호테의 경쟁자 중 누군가가 엉성해 보이는 이면에 숨겨진 전략을 간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합리적인' 기존 사업전략을 뒤집어 엎고 돈키호테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 본 포스팅은 자유광장(www.freedomsquare.co.kr)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일본 유통산업 체험기 ③] 일본 유통업계의 이단아, 돈키호테의 성공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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