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Economic Focus

파나소닉의 비밀병기, '홈즈앤리빙'이 열어갈 그들의 미래는?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6. 3. 08:00

 

 

8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소니와 함께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양분했던 파나소닉. 하지만 지금 파나소닉의 위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언젠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IT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보다 크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뭐랄까, 과거의 영광은 이제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몰락한 왕조의 느낌이랄까? 파나소닉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파나소닉은 기존의 가전제품 생산을 넘어, 주택, 자동차 등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파나소닉은 주택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홈즈앤리빙'을 비롯하여 파나소닉 비즈니스(기업용 시스템 사업), 파나소닉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일본 소비자들의 대부분(76%)은 파나소닉하면 TV를 떠올리고 있지만, 파나소닉은 주택과 자동차 부문을 가전사업 분야와 비슷한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술 개발 및 독자적인 브랜드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2018년까지 주택과 자동차 부문의 매출액을 각각 2조엔 수준으로 끌어올려 그룹 전체 매출액 10조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을 가지고 있는데, 계획대로 신 사업이 성장한다면, 기존의 가전부문이 그룹 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크게 줄어든다.

 

 

파나소닉의 신 성장 사업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파나소닉 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파나소닉 센터는 오사카 우메다역 근처에 있는 그랜드 프론트 1층에 위치해 있다. 본격적으로 내부를 둘러보기에 앞서, 파나소닉 센터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 운영시간 : 오전 10시 ~ 오후 8시

* 휴관일 : 매주 수요일 및 주요 연휴(오봉절 및 연말연시)

* 센터구성 : (지하 1층) Living / (1층) Life Creation / (2층) Life Style  

 

 

파나소닉 센터 1층에는 파나소닉의 대표적인 오디오 브랜드인 테크닉스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올해 CES를 계기로 북미시장에 재 진출한 테크닉스가 과연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나 있을 법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TV와 태블릿, 냉장고, 전자렌지 등 다양한 종류의 가전제품들이 이 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파나소닉의 주력 제품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인데, 사실 주변의 가구나 인테리어가 너무 고급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알고 보니, 이 곳에도 파나소닉의 신 사업분야인 '홈즈 앤 리빙'의 손길이 묻어나 있었다. 홈스 앤 리빙은 기존의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일종의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단순히 새로운 가구나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동선과 생활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적의 생활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홈즈앤리빙'이 추구하는 사업이념이다.

 

'홈즈앤리빙'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지하 1층으로 이동해 보았다.

 

홈즈앤리빙이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고개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주방과 거실, 그리고 욕실 등 집안 곳곳에서 느낄만한 불편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전시관 여기저기에서 느껴졌다. 키가 작은 주부들이 늘 불편하게 생각했을만한 문제에 대해 홈즈앤리빙은 아주 간단한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 홈즈앤리빙이 제시하는 해답은 바로 이 영상 안에 들어있다.

 

대부분의 IT 기업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때에는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려고 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한 억지 끼워맞추기 식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다. 하지만 파나소닉은 IT, 기술이라는 단어는 제쳐두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운 겨울철, 샤워를 마친 후 욕조 밖으로 나왔을 때 느껴지는 한기를 줄이기 위해 욕실 바닥에 온돌 장치를 심어두는 것도 얼핏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꽤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다들, 그 정도 불편은 그냥 샤워타올을 빨리 두른다든지, 난방이 잘 되어있는 방으로 가면 해결될 것이라며 지나치는 문제들까지도 홈즈앤리빙은 세심하게 챙기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난 후, 거울을 보기위해 표면에 뿌옇게 낀 습기를 손으로 닦아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습기를 닦아낸 후 생기는 얼룩이 싫어서 거울에 비눗물을 발라놓기도 하는데,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홈즈앤리빙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홈즈앤리빙이 제시하는 정답은 거울 안쪽에 숨겨져 있었다. 보일러에서 샤워기로 물을 이동시키는 배관을 거울 뒤에 배치해 놓음으로써, 뜨거운 물을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거울 표면이 뜨거워져 습기가 맺히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스마트하다'는 것이 언제부턴가 IT 기술을 묘사하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이런 아이디어가 정말로 '스마트한' 것이 아닐까?

 

 

그 외에도 샤워기 물줄기의 수압을 교묘하게 조절해서 물 사용량을 기존의 1/3로 줄이는 절수형 샤워기, 주방이나 세면대 위에 지저분하게 놓여있는 수세미, 비누 등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거치대 등 간단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각종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내게 꼭 맞는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한 리모델링에 대한 공간이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집을 꾸민다는 것은 생각보다 골치아픈 일이다. 집에 있는 장농 하나, 책상 하나를 바꾸는 데에도 벽지나 다른 가구와의 조화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홈즈앤리빙은 이 부분에 관해서도 훌륭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가장 많이 다투는 시기가 바로 신혼집을 꾸미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남여의 취향이 다를 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시키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즈앤리빙의 컨설팅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보다 쉽게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위 영상에서 보듯이, 거실, 주방, 침실 등 원하는 공간을 선택한 후 가구 배치 유형이나 각 유형별 전체적인 색감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냥 막연하게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라고 표현하는 것 보다 훨씬 수월하게 서로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예비 신혼부부들의 갈등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홈즈앤리빙은 일본 젊은 남여의 결혼율을 높이는 데에도 관심이 많은가 보다. 이쯤되면, 이건 뭐 거의 CSR 수준이다.

 

 

리모델링에 대한 큰 틀이 결정되었다면, 이제 세부적인 부분을 결정할 차례다. 싱크대의 바닥면은 나무로 할 것인지 돌로 할 것인지, 색깔은 어떤 톤으로 할 것인지, 화장실 휴지걸이는 덮개가 있는 것으로 할 것인지, 문 손잡이는 어떤 모양으로 할 것인지 등 집안에 있는 모든 것을 직접 샘플을 보고 고를 수 있다. 이 정도면, 단언컨대 홈즈앤리빙은 신혼부부에게 가장 완벽한 컨설팅 서비스이다. 그들의 신혼집은 '홈즈앤리빙, 로맨틱, 성공적'이 아닐까?

 

 

실제로 전시관 한 쪽에는 고객들과 상담을 나누는 곳으로 보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방문했던 시각이 저녁시간이어서 내부는 한산했지만, 아마 이 곳에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집을 꾸밀지 고민하는 모습이 상상되기도 했다.

 

약 한시간 남짓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게 정말로 '파나소닉' 전시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파나소닉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IT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과감하게 버리고,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만의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비록 이러한 시도가 기존 사업의 부진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도전 정신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앞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지만 파나소닉이 새롭게 만들어 갈 그들의 미래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본 포스팅은 자유광장(www.freedomsquare.co.kr)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파나소닉의 비밀병기, '홈즈앤리빙'이 열어갈 그들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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