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Economic Focus

세포 하나하나에 활력을 불어넣자! -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6. 26. 08:30

△ 이미지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

 

세상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한 생물, 아메바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인물이 있다. 세라믹 칼로 유명한 교세라의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는 아메바의 단순함을 경영에 접목시켜, 교세라를 연 매출 50조원의 세계 최고의 세라믹 회사로 키워내며,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과연, 이나모리 가즈오가 주목한 '아메바'의 특징은 무엇이었을까? 

 

△ 이미지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

 

교세라는 1959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스스로를 '최첨단 기술 기업'으로 규정짓고, 경쟁자들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사업영역을 구축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다. 교세라의 핵심 사업분야인 파인세라믹스 역시 초기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분야였다. 하지만 교세라는 이러한 분석에도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결국 새로운 시장을 열었고, 이를 계기로 해마다 매출과 회사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모두가 교세라의 밝은 미래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나모리 가즈오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의사결정의 속도 역시 급격하게 느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접목시키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교세라에게, 조직의 비대화는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실제로 급격한 성장을 경험한 기업들 중에는 더이상 개인의 창의성에 의존하는 대신 철저한 시스템에 의해 조직을 운영하거나, 모험보다 안정을 택하는 방향으로 기업문화가 변함에 따라 과거의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kyocera.co.jp/company/index.html?bnr_prdct_list

 

 아메바는 작고 단순하다.

교세라가 직면한 '성장의 위험'에 대한 이나모리의 해법은 단순했다. 회사는 성장하되, 조직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나모리는 교세라를 구성하는 핵심 운영조직을 '아메라'라고 이름지었다. 아메바는 약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품질개발, 신기술 및 신제품 출시 등 각각의 아메바는 저마다 고유하고 뚜렷한 사업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메바에 소속된 직원들은 이것저것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눈앞에 놓인 목표만 보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된다.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에는, 니일 내일 가리기보다 직원 모두가 발 벗고 나서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다. 이는 아메바의 규모가 작고 단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업무 목적 위주로 팀을 단순하게 조직하고 운영함에 따라, 직원들은 회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목적지향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다. 소규모로 팀이 운영되기 때문에 개별 구성원의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보다 강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 팀원을 비롯한 타인의 평판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업무에 보다 적극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아메바는 그 자체로 완전한 생명력을 갖는다. 

조직의 규모는 작지만, 교세라에서 아메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기업체로 취급된다. 전략 수립 및 기획은 물론 생산, 관리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아메바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규모가 큰 직장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뭐 하나 할라치면 결재단계와 준비해야 할 서류가 무척이나 많다. 게다가 층층시하에 있는 결재단계를 거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초기의 참신했던 아이디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기 일쑤이다.

 

이나모리는 최전선에서 직접 발로 뛰는 사람들이야말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환경, 아메바 경영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아메바는 끊임없이 분열하며, 개체를 늘려나간다.

현실세계에서 아메바가 세포분열을 통해 개체를 증식시키듯, 교세라 내부의 아메바들도 필요에 따라 여러 개로 나뉘어지거나 새로 조직되면서 그 개수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이는 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아메바 경영의 핵심 요소이다.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성공으로 이끄는 능력있는 팀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경영자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능력있는 팀장에게 더 많은 업무를 맡기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잘나가는 팀에는 많은 사업기회가 주어지게 되고, 그에 비례해서 인력도 충원되면서 팀의 규모가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나모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무엇보다도 조직의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했다. 과거의 성과가 아무리 좋았더라도 조직이 커지고, 의사결정의 속도가 둔해지면 더 이상 좋은 성과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아메바의 성과가 좋을수록 조직을 쪼개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공에 대한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새롭게 아메바를 조직해서 운영함으로써, 조직 내에 '성공 DNA'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아메바 경영, 단점은 없을까?

각각의 아메바가 창출한 성과는 타 아메바나 외부 고객에게 판매되고, 이러한 판매실적은 아메바의 성과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아메바 간의 재화나 서비스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회계자료 작성이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 또한 아메바 간에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할 때,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내에서 이루어지는 1:1 거래이기 때문에, 수요자와 공급자 간 의견이 잘 맞지 않을때,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땅치 않다. 아메바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서로를 견제하거나, 협업을 피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사실, 아메바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때문에 교세라에서도 '매출'이라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수치를 활용해 각각의 아메바를 평가하고, 이들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메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전체가 기업의 전략을 공유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세라에서는 회사 전체 - 생산 그룹 - 부서 - 아메바 등 계층별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장단기 목표, 운영 가이드라인 등을 공유함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

 

경쟁이라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부서간 협력을 독려하기 위한 이나모리의 고민은 교세라의 아메바 평가 시스템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아메바 조직을 평가할 때에는,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했는지에 초점을 둔다. 반면, 아메바를 이끌어가는 리더를 평가할 때는, 내부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다른 아메바들과 얼마나 원활한 관계를 형성했는지에 대해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결국, 아메바 경영을 통해 이나모리가 추구하는 것은 세포처럼 작은 단위의 조직에 전권을 부여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넘어, 세포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협력함으로써 교세라라는 거대한 조직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포 하나하나에 활력을 불어넣자! -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

* HBP 9-195-064, 'Kyocera Corporation:The Amoeba Management System' 을 토대로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 본 포스팅은 자유광장(www.freedomsquare.co.kr)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면, 아래 공감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