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쓰는 일본스토리/Taste in Tokyo

오사카에 오꼬노미야끼가 있다면, 도쿄에는..? 몬자야끼 맛집, 콘도우(近どう)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5. 30. 08:30

 

 

일본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도쿄와 오사카 간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때가 많다. 사람들 성격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에서 서서가는 쪽과 걸어가는 쪽의 위치, 우동 국물을 내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두 지역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종의 지역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도쿄와 오사카 사람들은 각자 자기들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한편, 은근히 상대방을 (장난삼아)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다.

 

한 번은 일본 친구와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오꼬노미야끼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어떻게 그런 맛없는 음식을 좋아할 수 있느냐'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몬자야끼'를 한 번 먹어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알고 보니, 오꼬노미야끼는 오사카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이고, 몬자야끼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의 음식인데, 하필이면 도쿄 출신의 친구에게 오사카 음식이 맛있다고 한 것이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그럼 괜찮은 몬자야끼 가게를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했고, 주말을 이용해 친구와 함께 츠키시마에 있는 몬자야끼 거리를 다녀왔다. 마치, 신림동 순대타운처럼 몬자야끼 음식점이 다닥다닥 몰려있는 곳이다. 차이점이라면,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거리 양 옆으로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는 것과, 가게 외부 디자인이 비슷비슷해서 질서 정연한 느낌을 준다는 것 정도다.

 

 

거리 양 옆으로 빼곡히 늘어선 수많은 몬자야끼 음식점을 뒤로 하고, 메인 거리에서 약간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콘도우(近どう)라는 곳을 찾았다. 콘도우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 몬자야끼 전문점으로 도쿄 내에 지점도 몇 군데 있는데, 츠키시마에 있는 이 곳이 본점이다.

 

 

가게 입구에 더덕더덕 붙어있는 사인들이 맛집의 냄새를 제법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다들 일본에서 잘나간다는 연예인들이라고 한다. 점심시간이 꽤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몬자야끼는 걸쭉한 밀가루 반죽에 야채를 각종 재료를 불판에 구워먹는 음식이다. 콘도우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명란+떡'과 '오징어+쇠고기' 메뉴를 주문했다. 불판을 달구며 기다리고 나니, 잠시 후, 주문했던 몬자야끼가 나왔다.

 

 

몬자야끼는 일본, 특히 도쿄사람들에게는 워낙 친숙한 메뉴이다 보니, 가져다준 재료를 가지고 각자 요리를 해서 먹으면 된다. 물론, 직원에게 부탁해도 되지만, 만들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니, 직접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재료를 한꺼번에 불판위에 올리지 말고, 야체로 둥근 성벽(?)을 만들고 나서 가운데에 밀가루 반죽을 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침개와 달리 밀가루 반죽이 상당히 묽은 편이라 그냥 부으면 이리저리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반죽이 익은 다음에는 몬자야끼를 얇게 펴가면서 반죽과 재료를 잘 섞으면 된다. 다만 이 때 밑부분이 잘 익은 것 같다고 해서 몬자야끼를 뒤집으면 안된다. 오꼬노미야끼와 달리 몬자야끼는 약간 덜익은 상태로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바닥 부분이 적당이 눌어붙은 것 같다면, 조금씩 잘라서 먹으면 된다. 얼 핏 보기에는 덜 익은 부침개 같기도 하고, 새벽에 홍대나 강남역 길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주얼이라 처음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막상 한 입 먹어보니 '이거, 꽤 괜찮은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적당히 눌어붙은 바닥면은 짭짤한 간과, 고소한 탄내가 어우러져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몬자야끼와 비교를 위해 오꼬노미야끼도 주문해서 먹어보았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새우와 문어 등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는 놈으로 골랐다.

 

 

'오꼬노미야끼'야 뭐 다들 잘 알고 있을테니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부침개 만들듯이 달궈진 철판에 올려놓고, 시간이 적당히 지난 다음에 한번 뒤집은 후, 마요네즈와 간장소스(?)를 듬뿍듬뿍 뿌려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오꼬노미야끼 위에 올려진 가쓰오부시(가다랑어 포)를 좋아하는데, 여긴 가쓰오부시를 뿌려주지는 않았다.

 

몬자야끼와 오꼬노미야끼의 맛을 비교하자면, 몬자야끼의 판정승. 예전부터 오꼬노미야끼를 먹을때마다 두툼한 밀가루 반죽이 씹히는 듯한 느낌이 불만이었는데, 몬자야끼는 음식 자체가 얇아서인지 식감이 훨씬 좋았다. 다만, 음식이 전반적으로 짠 편인데, 이게 간을 해서 나오는 거라 기호에 따라 간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웠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찰판에 늘어붙은 부분을 골라서 먹게 되는데, 짜고 탄 음식을 계속 집어먹다보니, 몸에는 그리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몬자야끼와 오꼬노미야끼로 배를 잔뜩 채우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몬자야끼만큼이나 유명한 디저트가 아직 남아있다는 말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별책부록 같은 디저트 시식기라고 보면 된다.

 

 

먼저 불판 위에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편 후,

 

 

그 위에 팥과 황도를 가지런히 올려놓은 후,

 

 

돌돌 말아 먹기좋은 크기로 자르면,

 

 

오늘의 디저트 완성!

 

바깥 부분의 밀가루 반죽에 찹쌀이 들어간건지 조금 쫀득한 느낌이 나는데, 팥의 달콤함과 황도의 상큼함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다. 사실 배가 엄청 부른 상태여서 디저트를 주문할때에는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샆었는데, 4명이 나눠먹으니 그냥 딱! 한입에 넣을 수 있는 양이라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만약 도쿄에서 콘도우를 찾을 일이 생긴다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디저트까지 꼭 먹고 가시길 추천한다.

 

오사카에 오꼬노미야끼가 있다면, 도쿄에는..? 몬자야끼 맛집, 콘도우(近ど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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