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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와 한강변을 한 눈에... 여의도 최고의 뷰 포인트, 사대부집 곳간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2. 15. 07:46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의도로 출근하던 어느 날,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 올리니 전경련 회관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날따라 빌딩의 웅장한 자태가 유난히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에겐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겐 그 모습이 구경거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부모님을 모시고 전경련 회관 50층에 위치한 '사대부집 곳간'을 찾았다.

 

 

1층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번에 쭉 50층까지 올라갔다. 40층을 지나칠 때쯤부터 귀가 멍멍해지는 걸 보니 높긴 높은가 보다. 전경련 회관 50층에는 4개의 식당이 '스카이 팜'이라는 테마로 묶여 운영되고 있다. 스카이 팜은 고급스러운 한식 뷔페를 표방하는 사대부집 곳간 외에도 파스타 등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세상의 모든 아침, 한 끼에 20~30만 원에 달하는 VVIP 한식당 - 곳간 by 이종국, 맞춤형 연회장-프로미나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침에 전화를 했더니 예약이 안된다고 하길래 서둘러 길을 나서 약간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절대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밥을 먹는데 복도 자리에 앉는 것은 아무래도 좀 아까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아도 11시 반 정도까지는 자리가 넉넉하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는 것을 보니 주말의 여의도라고 방심했다가는 구석 자리로 밀려날 수 있으니 최대한 서두르자.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전, 간단하게 속을 달래보자. 처음에는 마즙인가 했는데, 마셔보니 고소하고 진한 콩국물이다. 다짜고짜 음식을 마구 퍼먹으면 속이 놀랄까 걱정했는데, 이젠 마음 놓고 과식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불끈 솟아올랐다.

 

 

각자 메인 메뉴를 하나씩 주문한 뒤 음식을 가지러 홀로 나갔다. 여기서는 두리반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뷔페를 일컫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식사 전 후에 즐길 수 있는 샐러드, 면, 튀김, 과일 등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두리반에서 가장 먼저 고른 음식은 바로 '죽'. 콩국물을 한 잔 들이켰지만, 왠지 죽으로 속을 좀 달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무거운 무쇠솥 뚜껑을 낑낑대며 들고선 죽을 용기로 덜어낸 후,

 

 

입맛에 맞게 흑임자, 땅콩 등 견과류 가루를 곁들이면 꽤 맛있는 죽이 완성된다.

 

 

죽 옆에는 각종 샐러드가 놓여있다. 특히, 시큼하게 입맛을 돋우는 해파리 냉채 샐러드가 맘에 들었다.

 

 

해파리 냉채 샐러드 외에도 연어, 올방개묵 등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가 마련되어 있다. 반찬이 놓여진 뒷쪽으로 주방이 마련되어 있으며, 요리사들이 바로바로 음식을 만들어 적당량을 내어놓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두리반의 다양한 음식 중 최고를 묻는다면 단연 통오징어 엿당구이를 꼽을 것이다. 맥반석에 바짝 구워진 통오징어를 달콤고소한 특제소스에 찍어먹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씹는 맛도 제법이다.

 

 

부침개류 코너의 배추전도 사대부집 곳간만의 독특한 메뉴 중 하나다. 반죽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평범한 배추를 부쳐낸 것은데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다. 배추전 외에도 시래기 튀김, 오징어 튀김, 해물파전 등도 이 구역의 인기 메뉴다.

 

 

두리반에서 꾹꾹 눌러 담아 가며 채운 음식을 자리에 와서 먹는데,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저 멀리 63빌딩과 한강 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다. 저 멀리 아래쪽에서 위를 올려다볼 때는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든 게 한눈에 들어온다. 지상에서 북적북적, 아등바등 사는 모습이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래서 사람들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그렇게 부단히도 애쓰는 건가 보다.

 

 

배가 부른 건지, 쓸데없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나올 때쯤, 주문했던 메인 반상이 나왔다. 묵직한 돌솥밥에 담겨 나온 고사리밥에서 사대부집의 포스가 느껴지는 듯했다. 각자의 밥그릇에 적당히 나눠 담은 후, 숭늉을 만들기 위해 물을 부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황기 돼지갈비 구이 반상! '정갈하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표현인가 보다.

 

 

오늘의 주인공인 황기 돼지갈비 구이. 얼핏 보기에는 양이 부실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미 두리반에서 배를 충분히 채운 뒤였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다만 고기가 너무 바삭하게 구워져서 약간은 퍽퍽한 느낌이 들었다.

 

 

반상을 구성하고 있는 밑반찬들도 훌륭하지만, 그래도 한국인 밥상에 김치가 빠져서는 안되는 법! 두리반 한쪽에는 배추김치와 물김치를 비롯한 찬거리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돼지감자와 고추 된장 무침(?)을 강력 추천한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과자, 도넛, 과일 등 각종 디저트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즐길 수는 있는데, 조금 부실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추억 돋는 뻥튀기와 소라과자, 그러나 추억 말고는 딱히 끌리는 매력이 없다.

 

 

제철과일도 종류나 구성이 그냥 저냥 무난한 편이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것은 팥빙수! 직원 분께 부탁을 하면 얼음을 한 그릇 갈아서 내어주시는데, 거기에 팥, 연유, 콩가루 등을 기호에 맞게 넣어서 비비면,

 

 

나만의 팥빙수가 완성된다. 요즘 유행하는 눈꽃빙수와는 확연한 거리가 있지만, 얼음이 사각사각 씹히는 옛날 빙수도 나름의 맛이 있다. 특히 빙수를 담아내는 놋그릇이 꽤나 묵직한 게 가격 꽤나 나가는 것 같다.

 

 

사대부집 곳간은 점심 메뉴가 2만 원 후반에서 3만 원대로 꽤 비싼 곳이다. 큰맘먹지 않고서는 쉽게 올 수 없는 고급 식당이지만, 사실 전반적인 음식의 수준은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요즘에는 울 반, 계절 밥상 등 대중성 높은 한식뷔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물론 여의도의 전망 좋은 스카이뷰는 강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일까? 사대부집 곳간은 고급화 전략을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것 같다. 인테리어부터 그릇 등 자잘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고급스러운 것들로 갖춰 놓았다. 심지어 계산서를 담은 플라스틱 받침조차 'Made in U.S.A'다. 신경을 쓴 것인지, 헛돈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

 

 

전망 좋은 곳에서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 오늘 점심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과연 다시 이곳을 찾을지는 잘 모르겠다. 분위기와 전망을 생각하면 그리 아깝지 않은 가격이지만, 사실 식당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의 맛은 가격 대비 그리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들리는 말에 따르면, 두리반의 메뉴가 매일매일 같아서 자주 오는 손님들에게는 조금 지겹다고 한다. 과연 여의도의 한식 수요는 분위기를 우선시할까? 맛을 우선시할까? 앞으로 사대부집 곳간의 행보를 지켜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종합평점(★ 3개 만점) : ★☆ - 여의도, 아니 서울에서 이만큼 전망 좋은 한식당을 찾을 수 있을까?

 

 : 다양한 메뉴와 정갈한 맛, 그리 나쁘지 않다. 

가격 : 비싸다. 그래서 부담스럽다.

분위기여의도 상공에서 바라본 환상적인 뷰. 음식값의 50%이상은 자리값이다.


 주요메뉴

 - (점심) 황기 돼지갈비 구이 반상 : 28,000원, 쑥갓오일 제철 생선구이 반상 : 27,000원,

 - (점심) 성게 부빔밥 반상 : 33,000원, 서울식 육개장 반상 : 27,000원, 어린이 반상 : 15,000원

 - (저녁) 저녁엔 가보질 않아서 메뉴와 가격을 확인하지 못했음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24 전경련회관 50층

전화번호 : 02-2055-4441

영업시간 : 07:00~22:00 / 공휴일은 점심 예약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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