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모아두는 인벤토리

심판매수 의혹에 휩싸인 한국 프로야구, 과연 그 결말은?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7. 4. 00:02

 

지난 7월 2일, 엠스플 탐사보도팀이 엄청난 특종을 터뜨렸다. 지난해부터 일부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었던 프로야구 심판 매수 의혹의 당사자 실명을 공개한 것이다. 엠스플 뉴스 탐사보도팀은 2016년 프로야구 통합 우승팀 두산이 2013년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 밤, 1차전 주심을 맡은 최규순 심판에게 300만원을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사건 당사자의 실명과 구체적인 날짜, 금액이 명시되어 있으며,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관련해 그 어떠한 책임도 피하지 않겠다'는 당찬 선언도 곁들여져 있었다.

 

관련 기사 :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529&aid=0000012419

 

이미지 출처 : https://namu.wiki/w/%EC%B5%9C%EA%B7%9C%EC%88%9C

 

보도가 나간 후, 두산 야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승영 사장이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의해 최규순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으며, 다만 승부조작이나 심판매수와 같은 의도는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승영 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주고 구단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런데 엠스플 탐사보도팀은 후속 기사를 통해 두산 외에도 심판 매수에 관련된 팀이 더 있으며, 사건의 진실을 하나씩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리고 오늘, 7월 3일에는 넥센 구단이 최규순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자진신고했다가 철회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넥센은 1. 최규순 심판이 돈을 요구했고, 2. 구단 고위층이 직원에게 돈을 건네주라는 지시를 했으나, 3. 관련 직원이 돈을 보내지 않았다. 4. 자진신고 기간에 고위층은 (돈을 보내라고 지시한 것만 기억하고) 최규순 심판에게 돈을 보냈다고 신고했으나, 5. 내부 확인 결과 돈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신고를 철회했다고 해명했다.

 

뭐,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 3자 입장에서 선뜻 납득하기는 조금 어려운 해명이긴 하다.

 

이미지 출처 :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529&aid=0000001427

 

과거에도 국내 프로야구계는 선수들의 승부조작, 불법베팅 등으로 큰 홍역을 앓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개별 선수들에 의한 승부조작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구단 관계자와 심판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승부조작 행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개 구단이 아닌 복수의 구단, 그리고 혹시라도 여러 명의 심판이 이러한 일에 관련되어 있다면 그건 리그의 존폐를 위협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야구 경기 중, 스트라이트-볼을 비롯해 심판의 판정이 석연찮으면 '심판이 ㅇㅇ팀에 토토걸었네.' 또는 '심판 계좌 뒤져봐야 한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마침 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 저녁, 관련 기사를 뒤적이다보니 '농담삼아 던진 말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가슴 한 켠이 몹시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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