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쇼미더머니

종합 반도체 테스트 전문기업 하이셈, 루머에 흔들리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6. 27. 21:54

오늘 오후 12시 40분 경.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을 먹고 한가롭게 쉬다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주식 계좌를 열어보았다. 그런데 왠걸, 보유주식 중 '하이셈'이라는 종목이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수익률이 3% 남짓한 정도에 그쳤던 종목인데 말이다.

 

뭐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종목을 잘 골라서 매수했구나!'하는 자뻑 아닌 자뻑에 빠져서 넘어갔는데, 사무실에 올라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 증권 게시판에 들어가봤더니, 뭔가 낌새가 심상치가 않았다.

 

"[Web발신] 하이셈SK하이닉스인수추진설 단기접근7000원목표..."라는 문자 메세지가 무차별적으로 배포되면서 문자를 받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모양이었다. 오늘, 그러니까 2017년 6월 27일 시초가가 4,450원이었는데 문자 한통에 장중 최고가는 전일 대비 26%가량 오른 5,66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 사진 출처 : 하이셈 홈페이지(http://www.hisem.co.kr/kor/index.asp)

 

사실 '하이셈'이라는 회사는 반도체 검사 장비 기업이다. 반도체 소자의 결함을 진단하고 불량 원인을 분석해 반도체 공정의 수율을 개선시키는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2007년 6월 설립되었다. 최근 200억원대 반도체 검사장비를 구입했길래 매출의 드라마틱한 상승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소량 매수해 놓은 주식이었다. 계좌에 조금이라도 담겨 있어야 관심도 가지고 공부도 할 것 같아서 소위 말하는 '정찰병'을 보내 놓았는데, 제대도 공부도 하기 전에 급등해 버린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회사의 주 매출처가 SK하이닉스라는 점. 오늘 문자에서 등장하는 바로 그 기업이다. 뭐 업계에서는 한동안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검사 공정을 내부화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하이닉스가 하이셈을 인수한다는 것이 그렇게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이름부터가 왠지 서로 잘 맞을 것 같지 않은가? 하이닉스, 하이셈... ㅋ

 

"인수만 하면 대박인데, 어차피 소량 들어간거 버텨볼까?", "대박 정보가 문자로 불특정 다수한테 뿌려질리가 없는데, 그리고 이미 한 30% 수익률이면 먹을만큼 먹은 거잖아",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짧은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 속을 복잡하게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전량 매도'. 아무래도 정체불명의 부티끄가 끼어든 것 같아서 영 찝찝했다. 매도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니 그 다음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더 날아간다고 해도 그건 내 수익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야지 뭐...

 

그리고 잠시 후, 끝없이 오르기만 할 것 같은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 언론사에서 하이셈에 'SK하이닉스 인수설'을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네이버 게시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망했다는 자조섞인 푸념부터 개미털기용 기사였다는 본인의 희망을 담은 분석까지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장이 종료된 후에 회사측으로부터 "언론 보도 및 문자메시지 등으로 유포된 당사의 SK하이닉스 피인수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공시가 나왔다. 어찌되었든 오늘의 급등은 '분명한 의도를 가진 루머 문자'에 의한 해프닝이었음이 분명해졌다.  나름 스토리가 있는 기업이기에 향후 주가가 다시금 오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하이셈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출처 불명의 괴문자에 의한 주가급등과 그로 인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금감원 등 금융 당국은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감독과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들 역시 근거없는 문자에 현혹되어 소중한 돈을 함부로 투자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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