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6

29. 리스본을 떠나기 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다.

매번 잠자리가 바뀌어서일까? 아침 잠이 많은 나지만, 여행 중에는 매일같이 아침 이른 시간에 눈이 절로 떠진다. 덕분에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즐기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내 평생에 포르투갈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일지도 모르는 그날도 역시 그랬다. 아침 일찍 일어나 리빙라운지 호스텔의 자랑, 꿀맛같은 팬케이크를 대여섯장 해치우고 난 후,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나니 어느 덧 시계가 8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캐리어에 빠뜨린 것은 없는지 짐을 꼼꼼히 챙기고 숙소에서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과 모로코 행 비행기가 떠나는 시각(오후 1시 반)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호스텔을 나설 수 있었다. 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 '12시 전까지 숙소로 돌..

28. 리스본 여행의 단 하나의 이유 - 에그타르트 맛집, ​Pasteis de Belem(파스테이스 데 벨렘)

호카 곶을 끝으로 알차고 길었던 신트라 근교여행이 모두 끝이 났다. 이제 유럽을 떠나 아프리카로 넘어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쯤이면, 숙소로 일찍 돌아가 그간의 포르투갈 여행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될 모로코 여행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아직 리스본을 하나도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로코로 떠나는 비행기 시각이 오후 3시 정도였기 때문에, 다음날 오전, 리스본 시내를 대충 둘러볼 시간은 있었지만, 포르투갈 여행이 이렇게 끝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래서 신트라에서 돌아오자마자 숙소에 짐을 던져두고 밖으로 나와 트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대항해시대의 영광을 간직한 벨렘지구! 호시우 광장 근처에 위치한 숙소에서 트램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비록 '..

26. 신트라 숲 속에서 찾은 아름다운 보석, 페나 성에 가다.

영국의 천재 시인, 바이런이 '위대한 에덴'이라 칭했던 곳, 대서양에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 바람 덕에 여름철에도 시원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예로부터 포르투갈뿐 아니라 스페인, 영국의 귀족들은 이 곳 신트라에 별장을 짓고 자연을 음미하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신트라의 수 많은 건물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대부분 '페나 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포르투갈 특유의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 건물은 마치 놀이동산에나 있을법한 화려한 건물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페나 성은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의 모티브가 되었고, 그 노이이슈반슈타인 성을 본따 만든 것이 디즈니 성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디즈니랜드의 할아버지 앞에 와 있는 셈이다. 434번 버스를 타고 페나 성 앞에 내린 후, ..

24. 대서양과 맞닿은 절벽마을,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에 가다.

리스본에서 기차로 40여분 거리에 위치한 신트라는 그야말로 포르투갈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옛 왕궁, 신트라 성과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슬람 세력이 건설한 무어인의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모티브로 알려진 페냐 성 등 도시 곳곳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엄청난 건축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신트라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호시우 역에서 신트라 행 기차를 타기 전, 신트라 패스를 구입했다. 단돈 15.5유로에 리스본-신트라 간 열차는 물론, 신트라 내에서 열차나 버스를 하룻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매표소에서 신트라 데일리 패스를 달라고 하면 되는데..

23. 야간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부제 - 새벽녘의 멘붕)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은 바로 포르투갈에서의 일정 배분이었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MBA 교류 프로그램(GNAM)에 참여하게 되면서 25일 짜리 일정이 20일로 짧아졌고, 그로 인해 포르투갈에서는 머무르는 일정도 3박 4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리스본과 포르투, 두 개의 도시 중 어디에 그나마 오래(2박) 머무를 것인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블로그 후기를 찬찬히 살펴보니, 수도인 리스본보다 오히려 포르투에서의 여행이 더 좋았다는 의견이 많길래, 리스본 일정을 과감하게 줄이고, 포르투에서 이틀을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포르투에 도착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전 조사 당시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리스본 근교에 있는 신..

01. 24박 25일, 꿈만 같았던 순간들...

내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을 꾸어 내가 된 것인지,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도무지 모르겠나이다. - 구운몽 中 - 꿈만 같았던 25일간의 유럽여행이 끝났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시차 적응 때문이었을까? 열 두어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느낌이다. 기억이 더욱 흐려지기 전에 이번 여행을 기록해 둬야겠다. 이번 여행의 순간 순간에 대해서는 차차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전체 여행을 간단히 요약해볼까 한다. 뭐 그냥 가벼운 예고편이라 생각해 주시길... 먼저 지난 25일 동안 찍었던 나라는 3곳, 바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다. 하지만 여행 대부분의 시간을 스페인에서 보냈고, 지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